[유영만의 體認知]<194>성적과 적성:성적(成績)을 뒤집으면 적성(適性)이 된다

책상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book smart)보다 일상에서 재능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street smart)이 더 즐겁고 신나게 살아간다. 재능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거리로 나가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이전과 다른 도전도 해보고 색다른 실패도 체험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욕망의 물줄기를 만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성적을 중시하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 성적과 비교하지만, 적성을 찾아 매진하는 사람은 오로지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적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비록 성적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적성을 찾아 매진하는 사람은 어제와 다르게 재미있고 신나게 즐기고 있는지를 만족의 척도로 삼는다.

반면에 성적을 중시하는 사람은 오로지 다른 사람의 성적과 비교해서 내가 더 잘한다는 판단이 들 때만 만족을 느낀다. 성적을 중시하는 사람은 비교의 잣대나 기준을 오로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두지만, 적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비교 기준과 잣대가 내 안에 있다. 성적을 중시하는 사람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전 성적보다 높게 받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적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갈고닦아 어제와 다른 실력을 갖춰나가고 있는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둔다.

성적이 타인보다 나은 결과가 나왔을 때 순간적 만족을 느끼지만 그게 전부다. 나를 따라오는 수많은 경쟁자는 언제나 나의 적(敵)이다. 적성은 내가 하면 신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발견의 대상이다. 비교는 끝없는 경쟁을 불러오지만, 발견은 끝없는 즐거움을 불러온다. 경쟁을 통한 비교는 자기 발견보다 경쟁 우위 확보를 통한 남다름을 추구한다.

하지만 즐겁고 신나게 이어지는 발견의 여정은 자기 발견과 자기다움을 추구한다. 남다름을 추구하는 비교는 더 높은 성적을 올리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영원히 알지 못한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발견은 이전과 다른 자기를 부단히 만들어가면서 끝없는 변신을 추구한다. 끝없이 변신을 추구하는 목적은 이전에 몰랐던 자기를 발견하는 데 있다. 적성을 찾아 즐겁고 신나게 일하다 보면 자기다움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자기다움이 결국 남다름으로 드러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