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지난달 공개한 청소년 게임평가표는 사회적으로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부의 인터넷게시판은 싸이의 `라잇나우` 19금 지정 논란과 함께 항의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한 국회의원은 `해외 토픽감이거나 개그콘서트의 소재`라고 꼬집었다.
여성부는 부랴부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게임평가표를 수정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새로운 평가안을 만들겠다고 나온 것은 사실상 원칙으로 돌아간 셈이다.
늦게라도 문화부와 협의해 대안을 내놓겠다는 변화는 긍정적이다. 산업 진흥을 맡은 주무부처와 청소년 보호를 담당하는 부처가 의견을 교환해 더욱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안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두 부처가 반목하는 동안 지난해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이중 규제`가 현실로 나타났다.
부처 간 합의는 이뤘지만 실제 시행은 더욱 만만치 않다. 다음 달 2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촉각을 다투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평가절차 공개와 게임평가 완료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애니팡`을 비롯한 스마트폰 게임 규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산업 초기인 모바일 게임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여성부는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토론회와 공청회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평가자문단 회의를 열지 않았다. 평가계획안을 완성한 직후 한자리에 모였던 전체회의가 전부다. 다음 회의는 게임평가 결과가 나온 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법으로 정해 놓은 평가자문단의 역할이 결국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부처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한 만큼 평가자문단 역할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 평가표 기준, 절차, 계획에도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이다. 평가자문단은 게임평가표의 적절성이나 평가과정 등을 심사하기 위해 여성, 청소년, 교육, 업계 등 각계각층의 사람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나아가 `규제 일변도`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게임평가계획은 무조건 규제 확대가 아니라 2년마다 게임 중독성을 점검해 제도를 고치거나 없애가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얼마 전 한 중학생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 때문에 국제 경기를 중단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셧다운제는 보호자인 부모가 허락한 게임 플레이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임평가단을 바로 세우고 규제 정책 전반을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김명희 콘텐츠산업부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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