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롭게 내놓은 윈도 운용체계(OS) 판매 전략을 소매점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기업용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용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었던 것. 하지만 오는 26일(현지시각)로 예정된 `윈도8` 시판에는 전례없이 소매판매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S는 이번 주 내로 미국 내 34개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설치하고 신제품 스마트패드인 `서피스`와 윈도8 OS 마케팅을 연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MS는 2009년 27개 매장을 오픈한 후 이들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개점도 않았다. 즉 소매점이라고 하기엔 이용률이 적었던 것. 애플이 393개 애플스토어를 운영하며 9개월만에 146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MS는 이번 팝업 스토어 설치를 기점으로 소매점 전략에 집중하고 대(對) 소비자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매장 구성이다. 새로 오픈한 팝업 스토어에는 `앨리스 브라운`이라는 가상의 여성 도우미가 설치된다. 고객들이 컴퓨터를 구매할 때 보다 개인적인 조언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윈도 PC에 나와 있는 이 여성의 이메일 주소와 가족사진을 보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남미에서는 `앨리시아 곤잘레스`, 독일에서는 `프란체스카 피글러`로 명명했다.
협력 유통사에 대한 전략도 바꿨다. MS는 인텔과 함께 수천명의 직원을 훈련해 베스트바이 등으로 파견했다. 베스트바이 측은 “MS의 윈도8 출시를 계기로 매장 내 평균 7%가량이었던 컴퓨팅 디바이스 매장 면적을 12%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 측은 전국 1100여개 매장의 20%가량에 `MS 어드바이저`를 배치하고 베스트바이가 자체 운영하는 전자제품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인 `긱 스쿼드(Geek Squad)`도 MS 관련 제품에 대한 트레이닝을 늘리기로 했다. 무려 5만 시간이다. 베스트바이 제이슨 본픽 부회장은 “윈도8은 낯선 경험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숙련된 직원들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점 내 진열 방식도 확 바뀌었다. PC 스크린 사이즈별로 무성의하게 전시했던 매장을 `게이머용` `매일 쓰는 PC용` 등 목적별로 나눠 전시한 것. 크리스 카포셀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MS는 자체 소매점 운영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며 “사람들은 PC 크기로 나눠진 전시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