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소자 재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실리콘 나노선의 전기적 특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KAIST(총장 서남표) 물리학과 장기주 특훈교수팀은 산화 처리된 실리콘 나노선의 전기 흐름 특성에 관한 메커니즘을 입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실리콘 나노선은 본래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이를 반도체 소자로 쓰기 위해서는 인이나 붕소같은 불순물을 도핑해 양 전하를 띠는 정공이나 음 전하를 띠는 전자 운반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덩어리 형태의 기존 실리콘에 비해 나노선은 두께가 수나노에 불과해 불순물 첨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기전도 특성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시뮬레이션 이론을 새로 고안해 실제와 가까운 코어-쉘 원자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실리콘 코어 내부에 첨가된 붕소 불순물이 산화과정에서 코어를 싸고 있는 산화물 껍질로 쉽게 빠져나가는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인 불순물은 코어 내부에서 산화물로 빠져나가지 못하지만 서로 전기적으로 비활성화된 쌍을 이루면서 정공이 생기는 효율을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 9월 1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장기주 특훈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10㎚ 이하의 실리콘 기반 반도체 제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