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개설을 목표로 추진한 중소기업 전용 투자자시장(KONEX·코넥스) 설립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간 회수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계획을 세웠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코넥스는 추진 단계부터 기존 코스닥이나 프리보드와 차별화가 관건으로 지적됐다. 프리보드는 지난 2004년 벤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제3시장을 개편해 벤처자금을 선순환하는 장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거래가 거의 없다. 등록 기업도 일부 기업 외엔 유명무실한 상태다. 코넥스 출범이 알려진 이후로는 움직임이 더 없어졌다.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만든 코스닥도 테마주 등을 위시한 작전 세력 탓에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장외시장에서 장내시장으로 편입된 후에 유망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정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일부 부도덕한 기업 때문에 이미지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코넥스를 설립하려는 목적은 프리보드 설립 때와 닮아 있다. 상장기업에 의무화된 공시 규정을 완화해 전문 투자자 간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를 중간에 회수하는 시장 역할을 하면서 기업 성장 단계에서 자금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코넥스가 프리보드를 일부 흡수해서 출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기존 코스닥이나 프리보드 등과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 부분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개연성이 없지 않다.
코넥스를 설립하려면 먼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쉽지 않다. 법 통과는 고사하고 코넥스 설립을 위한 세부 규정이 없는데다 시스템 구축 작업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기왕 연내 설립이 물 건너간 상황이라면 차기 정부 출범 후에 기존 코스닥·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하고 연구해서 기술 유망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진정한 중소기업 전용 무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