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벤처캐피털 적극 활용하자

[ET단상]벤처캐피털 적극 활용하자

2012년 상반기가 끝나고 얼마 후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부터 상반기 결산자료를 기다리기 시작했을 때 일이다. 해당 기업과는 상반기가 끝나고 45일 이내에 결산자료를 받기로 사전에 협의를 완료한 상태였다. 하지만 45일이 지나도 재무자료는 오지 않았고 기업에 따로 요청을 한 후에야 발송을 시작했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것 같아 투자 기업에 영업회의를 요청했다. 무엇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은지 알고 싶었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회의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문제는 회사 측이 준비한 영업회의 자료가 무성의했고 데이터도 정확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당연히 실적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고 명확한 지원 방안과 협의 사항도 도출되지 않았다.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에는 부득이하게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와 장벽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경영진과 투자자는 협력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견제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위의 사례는 꽤 좋지 못한 예를 든 것이나 국내 50% 이상 기업의 현주소기도 하다.

벤처캐피털은 변하고 있다. 신규조합결성금액이 2006년 8767억원이던 데서 2011년 2조2591억원으로 늘었고 조합당 결성금액도 2006년 182억6000만원에서 2011년 33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과거 소규모 조합을 결성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조합당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로 바뀌었고 2011년도에는 업체당 평균투자금액이 20억원을 넘어섰다.

벤처캐피털이 투자규모는 키우는 반면에 투자 포트폴리오의 개수는 줄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벤처캐피털은 이제 투자한 기업과 함께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자받는 기업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벤처캐피털은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 투자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결산자료와 회의를 요청하면 경영권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동반자 정신이 아직은 부족한 셈이다.

중소벤처기업이라면 벤처캐피털을 자본 유치 이상의 의미로 활용하고 함께 협의할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털은 회사 회계·재무·총무·영업의 한 부서다. 특히 규모가 잘 갖춰지지 않은 초기 벤처기업에는 벤처캐피털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준비된 회사라면 벤처캐피털이 요구하는 서류 이상의 것을 미리 갖춰 놓고 있어야 한다. 실상 벤처캐피털이 요구하는 서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서류에 불과하다. 이것은 회사를 현 상태에서 유지하는 선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곳보다 앞서 나가려면 벤처캐피털이 요구하는 이상의 서류를 갖춰야 한다.

벤처캐피털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기 1회 정도가 적당하다. 신생 업체일수록 벤처캐피털과 많은 교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를 감추기보다는 함께 고민해 객관적이고 다른 시각에서 해답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이 가장 두려운 것은 투자 손실이다. 이 때문에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받고 싶어 한다. 이 같은 확신은 거창한 사업계획과 성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벤처캐피털과 함께 하려는 기업의 모습에서 확신도 조금씩 커지게 마련이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이사 kcmin@sgiv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