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 유지 비용 부담 커진다

세계 특허전쟁의 최고 격전지로 손꼽히는 미국에서 특허유지 비용이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 특허청(USPTO)이 특허등록 후 권리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연차료)을 작년 30% 인상한 데 이어 내년 초 50% 추가 인상을 추진한다. 2년 사이 기업이 부담하는 연차료 부담은 두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어서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특허권 유지 대란이 우려된다.

24일 지식재산(IP) 업계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USPTO는 특허유지에 소요되는 연차료의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조안 혼 CPA글로벌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USPTO가 연차료 비용 50% 인상 방안을 내놓은 이후 미국 정부가 이를 내년 초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업계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CPA글로벌은 세계 기업의 특허 연차료 납부를 대행하는 IP서비스회사다.

USPTO는 지난해에도 연차료를 30% 인상한 바 있어 내년에 큰폭의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미국 시장에서 특허를 출원, 유지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배가 된다. 국내 및 아시아권 국가에서 IP서비스 대행을 담당하는 차상진 마크프로 대표는 “지금 미국 IP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특허청 지부 신설과 함께 연차료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연차료를 지불해야 하는 산업계는 인상안에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특허 연차료는 특허 한 건당 3.5년차 1150달러, 7.5년차 2900달러, 11.5년차 4810달러다. 중소기업은 각각 575달러, 1450달러, 2405달러를 부담한다. 여기에 미국의 특허 관리시스템상 외국업체가 특허를 등록·유지하려면 반드시 미국 로펌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허변호사 선임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연차료를 올리는 것은 USPTO 재원 확보 목적이 강하다. 지난 23일 서울에서 열린 `미국 특허제도 설명회`에서 마크 파웰 USPTO 국제협력국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특허청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특허청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재정 부족 상황을 호소한 바 있다.

해외 특허를 출원해 기술 독점 및 우위권을 유지하려는 우리 기업에는 미국 연차료 인상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전가된다. 그동안 미국은 특허 출원·등록비가 비싼 반면에 유지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우리나라가 특허 권리 항목당 연차료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특허 건당 연차료 납부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영 특허청 등록과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유럽은 특허를 등록하는 벽이 높아 사전에 경쟁력 있는 특허를 확보하려는 정책적 특징이 있다”며 “하지만 연차료가 인상되면 특허권자는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가치가 없는 특허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에서 연차료가 인상되는 주기인 3.5년, 7.5년, 11.5년차에 들어설 때 연차료 부담으로 특허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에 비해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은 연차료가 크게 부담될 수밖에 없다. 조안 혼 수석부사장은 “당장 특허관리에 큰 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특허의 경중을 따져 일부 특허를 팔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특허 건당 연차료 인상계획(단위:달러)


자료:USPTO·특허업계 종합

미국, 특허 유지 비용 부담 커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