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해외 여행객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아마도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일 것이다. 좀 과장해서 관광공사 사이트는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만나는 우리 얼굴이자 첫인상이다. 그만큼 온라인으로 디자인·콘텐츠·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확실한 대한민국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더구나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강국이 아닌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관광공사를 해외 여행객과 한국이 만나는 소통 채널로 격상한 인물이 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45)이다. 문화마케팅연구소가 온라인 마케팅을 책임진 이후 관광공사는 2010년·2011년 연속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주는 `대한민국 인터넷소통 대상`을 수상했다. 286개 공공기관 중 가장 온라인 소통을 잘하는 기관으로 뽑혔다. 트위터 13만명, 블로그 280만명 가입자를 거느리며 파워 소통기관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호열 공장장은 “눈길을 확 휘어잡는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그냥 어디서나 만나는 콘텐츠보다 실제 방문자가 필요한 콘텐츠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발굴하고 콘텐츠로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기획에서 설계, 실행, 생산까지 원스톱 콘텐츠 사이클을 구축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콘텐츠=소통`으로 보는 남다른 철학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유별난 회사이름, 대표나 사장 대신에 `공장장`이라는 직함을 쓴 데도 확실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회사 이름에 좀 어색해 보이는 연구소라고 쓰는 데는 연구개발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신념 때문입니다. 공장장이라는 타이틀도 말 그대로 경영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을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공장장은 외무부 산하기관 홍보팀을 거쳐 게임회사에서 마케팅을 경험한 후 2008년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 최고의 콘텐츠기업을 만들겠다는 게 당시 포부였다. “앞으로 콘텐츠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가 다양한 유통 채널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조만간 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관광·경제·특허와 같은 `전문` 콘텐츠에 관심이 크다. 배경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는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집니다. 관광과 같은 콘텐츠는 다릅니다. 관심은 높지만 투자에 따라 콘텐츠 수준이 천양지차입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이것도 부족해 고객 경험담을 일일이 체크했습니다.”

문화연구소가 여러 기업 가운데 관광공사·이트레이드증권·한국거래소·특허청 같은 곳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아예 `트래블아이`라는 전문 여행 사이트도 준비 중이다.

이 공장장은 콘텐츠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 결국 경쟁력이라고 확신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연구소에서는 잡지사 기자에서 전국노래자랑 수상자, 백화점 영업사원, 문학박사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색깔 있는` 인재가 포진해 있다.

이 공장장은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는 전문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생산해 보는 연습 게임이었다”며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당대에 개발해 후대에 먹고사는 게 콘텐츠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