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지나온 깊고 어두운 터널의 출구에서 바라보는 세계 태양광 시장은 우리가 예측했던 기간을 무려 10여년이나 앞당겨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결과의 직접 원인에는 일부 국가에서 시행됐거나 시행되고 있는 보조금 사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태양전지·모듈의 고효율 경쟁이 핵심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2∼3년 전 13∼14%대에 머물렀던 모듈 효율은 이미 연평균 1%씩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P타입에서 범용인 260W급 모듈이 16%대, 가격 경쟁력이 있는 N타입의 300W급 모듈이 18∼19%대 효율에 이르는 것이 우리의 기술 수준이다.
생산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의 고비용 구조로 생산된 20%대 고효율 모듈은 이미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잃어 첫 번째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확보가 아니라 개인의 높은 전기요금 지불과 정부 지원으로 유럽을 공략하려 했던 기업들이 세계 태양광 시장에 `동반 몰락`이라는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폴리실리콘 업체의 수익률이 급감하는 등 태양광 업계는 구조조정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 4분기 결정질·박막 태양광 모듈은 단위 W당 모듈단가가 0.6달러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발전 온도 상태인 65℃ 이상에서 일사량과 주변 온도와 같은 설치 환경에 따라 선언적인 그리드패리티로 재정의할 수 있는 단위 W당 태양광 설치단가는 1달러 문턱에 와 있다. 이는 곧 다른 발전원의 생산단가를 추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h당 계통한계가격(SMP)이 0.1달러 이하를 달성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그리드패리티를 구현할 기반이 될 것이다.
태양광 산업의 가격 구조는 이제부터 아주 서서히 그 낙폭이 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단위 W당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그간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더불어 우리 산학연이 함께 준비해온 생산성 기술력 확보다.
그동안 우리는 꾸준히 R&D에 투자해 왔다. 이미 실리콘 분야의 결정질·박막 태양광 기술 수준은 생산과 효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일사량이 풍부하며 고온 환경에 적합한 실리콘박막, 사막형 태양광 모듈과 중국 업체가 기업 사냥하고 있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태양전지 분야는 우리나라가 2009년부터 국가 차원의 R&D를 시작했다. 2013년 초에는 4·5개 업체가 상업적 가치가 있는 효율과 크기의 태양광 모듈을 세계에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수출·내수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국외 인증기관과 상호 호환할 수 있는 박막인증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많은 중대형 기업이 세계 태양광발전소 건설 분야에 진출하고 있고, 정부도 여러 기관을 통해 선벨트 지역의 해외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중소기업에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민관이 태양광 분야에 지속적이면서 보다 강력하게 기술 개발과 연구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수많은 태양광 분야 개발도상국이 우리나라가 독일·일본과 함께 태양광 3대 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궁금해 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지도·신뢰도 높은 우리 태양광 제품이 세계에서 에너지를 창출하는 주요 상품으로 수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2012년 어둠의 터널 끝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태양광 산업의 현주소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hkahn@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