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가전제품 유통가격 급락...제조사 울상

디지털 카메라와 평면TV 등 시판 중인 주요 가전제품의 가격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일본 가전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고기능 신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게 됐지만 제조사와 판매점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가 전국 2300개 가전판매점의 매출 동향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올 봄 출시된 가전 모델 가격이 반년만에 50% 전후 하락, 5년 전보다 10~30%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 3월 출시한 103기종 가격이 평균 47% 하락했다. 카시오의 `엑실림 EX-ZS150` 모델 가격은 1만8100엔에서 9300엔으로 50%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격 하락 폭은 2007년 15%, 지난해 35%로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PC는 68기종이 반년만에 51%가 하락했으며 평면TV도 29기종이 34% 하락했다. 두 제품은 5년 전 같은 기간 가격 하락폭이 각각 30%, 14%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기술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기간에 저렴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뿐 아니라 최근 일본의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실거래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샤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보면 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은 5년 전 127엔에서 올해 59엔으로 급락했다.

야마다전기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처럼 가격이 급락하는 `가전 디플레이션`에 익숙해 있다”면서 “신제품보다는 가격이 내리고 난 다음에 사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 스마트패드처럼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제품이 등장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본 가전업계 공통된 견해다. 디지털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밀린 것처럼 기존 제품은 새로운 제품에 계속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전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은 관련 업체 수익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파나소닉 한 간부는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라 2~3년치 선수요가 반영된 평면 TV 판매 감소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 TV 제조사들은 가격 하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량 목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8월 TV 연간 판매 계획을 전년 대비 21% 감소한 1550만대로 연초보다 200만대 낮췄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