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01>생활(living)과 삶(life):먹고살기 바쁜 생활에 여유 있는 삶은 없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생활(living)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life)은 어디에 있는가.

지혜(wisdom)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knowledge)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information)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은 있지만 즐겁고 의미심장한 삶은 없고, 지혜는 있지만 생활의 활력소를 제공하고 사색의 깊이를 더해줄 지혜는 온데간데없다. 참을 수 없는 정보의 급증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전하는 검색 기술은 있지만, 침묵과 고독을 벗 삼아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사라지고 있다. 모든 걸 검색하지만 사색하지는 않는 현대인들. 사색하지 않아서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고, 사고하지 않아서 심각한 사고가 나는 첨단 기술 시대.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인지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를 꿰뚫은 엘리엇의 통찰력을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다.

잡담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침묵은 어디에 있는가.

소란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고독은 어디에 있는가.

속도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여유는 어디에 있는가.

직선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곡선은 어디에 있는가.

현대인은 고독함을 참지 못하고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잡고 각종 자료를 검색해 읽고 듣고 보고 즐긴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자기 성찰적 고백과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는 실종된다. 속도는 직선과 함께 질주하고 여유는 곡선과 함께 논다. 질주하는 속도는 주변을 둘러볼 곡선의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더 빨리 성공하고 출세하려는 욕망의 열차를 잠시 세우고 나를 되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자. 여유가 있어야 여생이 자유롭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