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3>영화 `포레스트검프` 특허소송

특허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구항이다. 마치 땅문서에 토지 위치와 넓이가 기재돼 있는 것처럼 기술 권리 범위가 청구항에 기재돼 있다. 요소기술 집합을 권리 범위로 표현한다. 요소기술 A+B+C 청구항이 있는데 A+B+C 기술이 포함된 제품이 시장에 있다면, 특허침해가 된다. 요소들이 AND로 연결되므로 요소들이 많으면 권리 범위가 좁고 작으면 범위가 넓게 된다.

[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3>영화 `포레스트검프` 특허소송

청구항이 너무 길어 요소가 많으면, 이중 한 가지만 다르게 사용해도 비침해가 된다. 별 쓸모없는 특허다. 청구항이 너무 짧아 요소가 적으면 침해 대상은 많지만 범위가 넓어 선행기술과 겹쳐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다. 그러므로 청구항은 되도록 간결하게 기술적 요소를 적절한 용어로 기재해야 한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영화가 특허 소송에 휘말렸었다. 영화에서 많은 특수효과가 나오는데 톰 행크스가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합성된 동영상으로 원 인물을 지우고 톰 행크스를 넣고, 게다가 케네디 대사도 바꾸었다. 톰 행크스가 화장실 가고 싶어 하는 동작을 보고 “이 친구 급하다는 말 같은 걸”로 대사를 바꾸었다. 한 치의 어색함도 허용하지 않는 할리우드는 새로운 대사에 맞도록 입모양도 고치게 되었다.

그런데 립싱크에 대한 특허를 가진 불룸스틴이라는 특허권자가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블룸스틴 특허(US 4,600,281)는 영화에서 입모양을 고치는데, 예컨대 프랑스 영화를 볼 때 자막 대신 영어로 립싱크를 하는 것이다. 성우를 고용해서 새로운 언어의 입 모양을 측정해서 원 영화의 입 모양을 고치는 것이 특허 요지다. 필자는 미국 로펌 재직시 파라마운트를 대리해 변호를 맡았다.

특허 청구항에 보면 한 언어에 해당하는 입 모양을 다른 언어에 해당하는 입 모양으로 고친다고 기재돼 있다. 영화에서는 원 인물의 영어 대사를 톰 행크스 영어 대사로 고쳤다. `언어`를 국가 언어로 해석한다면 영어를 같은 영어로 고쳤으니 침해가 아니지만, `언어`를 대사로 해석하면 한 대사를 다른 대사로 고쳤으니 침해다.

법원은 청구항에 `언어들(Languages)`이라고 복수로 표현돼 있는 점에 주목했다. 대사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썼다면 단수로 썼을 텐데, 복수이므로 국가 언어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비침해로 승소하게 됐다. 이와 같이 청구항에서 용어 선택이 중요하다. 동물들이 의인화된 영화에서 꼬마 돼지가 이야기를 하면, 블룸스틴 특허의 침해가 아닌지 하는 재미있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돼지의 소리가 과연 `언어`인가 하는 우스운 문제로도 귀착될 수도 있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