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날개만으로 나는 새는 없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그나마 SW산업 기반이 탄탄한 대구지역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다.
요즘 대구 SW업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SW융합 관련 대형 국책사업이 대구로 결정됐고 SW융합클러스터 조성사업도 몇가지 걸림돌을 빼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는 썩 좋지 않지만 기업인들 표정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대구 SW산업에는 산학연이라는 한 날개만 보인다. 관(지자체)이라는 다른 한쪽 날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4일 대경ICT 포럼이 개최됐다. 지역 ICT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을 비롯해 지역 대학에서 산학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과 지역 IT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지자체 관련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련 부서 국장급은 물론이고 실무자도 보이지 않았다. SW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다른 날개가 없었다. 토론에 직접 참가해 대구시가 지역 SW산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보따리를 풀어놔야 마땅한 자리였다.
지난 달에는 게임업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대구를 찾아 공개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도 다른 한쪽 날개는 역시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대구시에는 SW산업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는지 궁금하다. 있다면 관련 직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
현장을 알지 못하고는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지역 SW산업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SW산업에 별 관심이 없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SW지원기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대경ICT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인 말대로 대구시가 SW기업과 SW산업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역 산학연은 SW 관련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기술교류회를 열면서 지역 SW융합산업을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대구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양상이다. 지역 SW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까닭이 없다.
새는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다. 지자체의 도움 없이 SW산업 육성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역 SW산업이 두 날개 활짝 펴고 하늘 높이 비상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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