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포함된 IBM 연구진, 무어의 법칙 이을 획기적 탄소나노튜브 기술 개발

한국인이 포함된 IBM 연구팀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여겨지던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IBM이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칩 집적도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벤처비트 등 주요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이 기술은 가로, 세로 각 1㎝인 기존 실리콘칩 위에 굵기가 1나노미터(㎚)에 불과한 탄소 나노튜브 1만개를 6㎚ 간격으로 세우는 것이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로, 1㎚는 대략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탄소 나노튜브는 기존 실리콘 칩에 비해 처리속도가 최고 10배 빠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PC와 스마트폰을 더 작고 얇게 만들면서도 성능은 더 뛰어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사용 중인 생산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같은 공정 기술이 성공한 것은 1990년대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마이크로칩 연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나노튜브가 너무 가늘어 이를 매우 촘촘하게 집적하려고 하면 국수 가락처럼 엉겨 붙는 문제가 발생했다.

외신은 18개월마다 마이크로칩의 집적도가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개발에는 우리나라의 박홍식 박사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한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과제는 남아 있다. IBM이 개발한 탄소 나노튜브 마이크로칩의 정확도는 99.8% 수준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99.999%의 정확도를 얻어야 한다. 한 개의 칩에 이식할 수 있는 나노튜브 막대 개수도 1만개 수준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10억개가 넘어야 한다.

IBM물리과학센터의 수프라틱 구하 센터장은 “극도로 작은 나노 스케일의 칩 제조가 가능해졌다”면서 “다른 어떤 물질로 만든 칩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