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신중

매우 조심스러움을 의미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아는 길도 물어 가라`는 말은 쉬운 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신중을 기하라는 우리 속담이다. 나폴레옹은 `사소한 일이 가장 큰일을 결정함을 보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나로호의 세 번째 도전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두 번의 실패 이후 시도된 발사인 만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당초 예정일에 발사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과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연료공급라인인 연결포트의 기체 밀봉용 고무 실(seal) 세 개가 파손된 것을 발사 직전에 발견했기 때문이다.

발사는 즉시 취소됐다. 실을 제조한 러시아 측은 이런 사례가 처음이라며 당황해 했다. 동시에 정밀 조사를 위해 실을 모스크바로 보냈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은 발사 1초 전이라도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사소한 문제 하나가 그동안의 피땀 어린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선진국의 우주개발 작업에서도 발사 직전에 문제를 발견해 중단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나로호의 발사 중단도 결코 특별하거나 희귀한 현상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점검 부실을 지적한다. 외부의 입김으로 발사 일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상상력도 제기된다. 두 가지 모두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정부는 3차 발사 시기를 다음 달로 다시 잡았다. 나로호 발사관리위원회에서 3차 발사 예정기간을 다음 달 9∼24일로 정했다. 이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할 계획이다.

아직 지난 26일 발사 중단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외부 시각에 밀려 재발사 일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막대한 예산과 노력, 국민의 기대를 담은 우주발사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