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말 수 있는 휴대폰, 스스로 진단하는 바이오칩,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태양전지.`
아직은 영화속 한 장면이지만 가까운 미래엔 일상에서 흔하게 보게 될 전자기기들이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이 같은 기기의 핵심에는 나노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기술이 숨어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 위치한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CASE·단장 조길원)은 나노소재를 이용해 인간친화형 전자기술 융합연구를 진행하는 연구기관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연구단은 정부가 세계 최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한 글로벌프런티어사업에 지난해 선정됐다.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은 기존 G7프로젝트와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문제점을 보완, 각 분야 최고 수준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대표적 대형 장기 연구개발(R&D)사업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연구단의 R&D사업은 오는 2020년 8월 말까지 9년간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총사업비는 1537억원(국비 1400억원, 민간 137억원)이며, 포스텍과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등 14개 기관에서 총 210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미래사회 전자기기는 기술중심에서 점차 인간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처리속도와 용량, 기능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딱딱한 실리콘 재질 산화물 기반 기술은 이제 편의성과 착용성, 감성을 강조하는 소프트한 나노소재 기반 기술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연구단이 추구하는 비전 역시 이 분야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IT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더 나아가 풍요로운 인간의 삶을 구현하는 데 맞추고 있다.
연구단의 중점 연구분야는 나노소재와 나노공정, 나노소자, 나노 플랫폼 원천기술이다. 우선 중점적으로 수행할 소프트일렉트로닉스 분야는 기존 딱딱한 실리콘 재질의 반도체와 전자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각되는 연구 분야다. 연구를 통해 확보할 융합기술은 인간 교감 중심 스마트 전자산업 진출을 위한 기반기술이다.
연구단장인 조길원 포스텍 교수가 맡고 있는 나노소재분야는 고성능 및 고품질의 대면적 소프트 나노소재의 합성 및 특성제어 기술 연구다.
나노공정기술(책임자 한창수 고려대 교수)은 분자조작 및 조립기반 공정기술과 같이 기판과 전극, 나노소재의 유연성 극대화 기술, 대면적 고해상도 패터닝 융합공정 기술이 주요 연구분야다.
나노소자기술(책임자 조병진 KAIST 교수)분야는 고성능화된 소프트 소자, 인간친화적 인터페이스 소자 및 신개념 소자의 구현을 통한 소프트 전자 시스템을 구현하는 핵심소자기술 확보가 과제다.
마지막으로 나노플랫폼기술(책임자 박종진 삼성종합기술원)은 멀티스케일 인터커넥션 및 파워플랫폼과 텍스타일 일렉트로닉스 플랫폼과 같이 소자를 집적하고 이종 접합하는 기술을 주로 연구하게 된다.
나노소재와 공정, 소자, 플랫폼은 그동안 국내 다른 연구기관에서 소규모 개별과제로 진행돼 오긴 했지만 핵심기술을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단은 소재부터 플랫폼까지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 연구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네 가지 핵심과제 연구는 단계별로 동시에 진행되지만 사업단계에 따라 중점연구를 달리한다. 우선 1단계와 2단계에서는 소재와 공정, 소자, 플랫폼의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주로 소재 중심 연구와 고성능화 및 소자융합화 연구가 이뤄진다. 3단계에서는 소자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능을 극대화하고 안정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단은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015년쯤이면 각 핵심과제에서 추구하는 주요 연구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단은 연구사업 기간 동안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원천기술을 확보해 소프트 패드와 소프트 디스플레이, 소프트 센서, 소프트 에너지소자 등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앞당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