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반도체 한류는 지금부터다] <6> 반도체산업의 미래, 사람에 달렸다

반도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 온 `효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부동의 세계 1위다. 그러나 만성적인 인력난이 지금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 부족한 교육 인프라는 국내 인재들을 타 산업으로 내몰고 있다. 반도체 시장과 기술은 하루하루 급변하고 있다. 핵심 인재야말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권오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지난 25일 `제5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반도체의 미래는 사람에 달렸다. 우수 인력 양성이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인력 가뭄 실태

반도체는 설계 전문 인력이 핵심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술 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소량 다품종 산업인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반도체 전공 학생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난 201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은 총 2만1275명으로, 5만5000명인 대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태희 지식경제부 시스템반도체 PD는 “이공계 학생들이 반도체 산업을 3D 업종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의대·한의대 및 소프트웨어 등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교육기관의 커리큘럼과 기업이 요구하는 채용 조건이 서로 달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기업은 설계 분야별 이론과 설계 경험을 두루 갖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대학·협회 등 국내 교육 기관의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아직 미흡하다. 한 PD는 “기업의 수요와 학생들의 희망 분야가 상이해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 요구에 특화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빈약한 교육 기반

인력 확보를 위해선 인재를 선발·육성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설계 환경, 연구실습프로젝트, 콘텐츠, 커리큘럼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연 4000개의 설계 툴과 350여 건의 칩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대만이 연 1만7000여개의 설계 툴과 1600여 건의 칩 제작을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대학IT 연구센터 육성사업(ITRC)과 핵심 설계인력 양성 사업 등을 통해 연구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지만 30여 개 대학만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스마트기기와 헬스케어 등 융복합 기술은 물론 설계 실무를 접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설계·구현 중심의 실무 인력, 아키텍트(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인력), 융합 설계 인력 등 다양한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 팹리스를 위해 지방대학 및 중위권 대학을 배려한 프로그램은 필수다. 업계 전문가는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긴밀한 협조로 효율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용 연계, 해외 인력 양성, 우수 교원 확보 등 다각화된 사업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인력난 `몸부림`

학생들의 대기업 선호 경향으로 중소 팹리스들은 한층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경부가 67개 국내 대학원의 올 2월 석사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재료 산업 핵심 설계 전공자 가운데 대기업으로 취업한 인력이 197명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유입된 인력은 3분의1 수준인 68명에 그쳤다. 대기업이 자체 교육 인프라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학 인력을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하는데 비해 중소 팹리스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불안한 장래 때문에 이직이 빈번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잦은 이직의 원인을 근무 조건 불일치, 경영 악화에 따른 인원 감축, 타 기업 스카우트 등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실무를 익힌 후 대기업이나 해외 업체로 옮기는 인원이 많다”며 “중소 팹리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 연계한 산학 프로젝트, 스톡옵션, 병역특례, 장학생 제도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임금과 복지 혜택이 적은 중소 업체들은 병역특례를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추가 비용 없이 고급인력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역특례를 마친 인력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이는 단기 처방일뿐이다.

해외 인력 발굴도 인력난 타개책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성과에 비해 높은 투자비용, 언어 장벽, 정보 부족, 기술 유출 우려 등이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해외 인력을 중소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채용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인력 채용 시 어려운 점과 인력문제 해결 방안 (단위:개사)

대기업·중소기업 근속년수별 인력현황 (단위:명)

[연중기획/반도체 한류는 지금부터다] <6> 반도체산업의 미래, 사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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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