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고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면서 겨울철 전력수급을 대비하여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지난 5월 전력 예비율이 7%로 떨어졌다. 에너지 보릿고개인 혹한기와 혹서기 이외에 전력예비율이 7%까지 하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조석 신임 지식경제부 2차관](https://img.etnews.com/photonews/1210/348420_20121030143139_097_0001.jpg)
지난해 9월 순환정전이 발생해 전국 212만 가구가 어둠에 잠겼고 554곳의 중소기업 공단에서 생산라인이 멈췄다. 값싸고 편리한 전기가 익숙한 사회에서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가히 재앙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다.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환경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전력 소비는 매년 6%씩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최대 10배 높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사용하는 전기는 연간 8500kw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지난 여름 대규모 전력사용자에 대해 절전의무를 부과하고 `아싸가자` 운동을 펼쳐 사회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수요관리의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다. 지나치게 의욕적인 수요관리 목표가 현재 전력수급 불안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곱씹어볼만하다. 더불어 우리나라 전력의 절반 이상을 산업 부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수요감축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전기요금 인상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소득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서민경제에 미칠 타격을 간과하기 힘들다. 따라서 수요관리 정책의 지속적 추진과 함께 적절한 공급확대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공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원은 석탄이다. 총 공급량 중 41.7%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최근 남해 화력발전소 주민투표 관련 논란에서 나타났듯이 주민 갈등의 소지를 배제하기 힘들다.
LNG는 전체 전력의 27.4%를 차지한다. 석탄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과 수급이 불안하고 경제성이 낮다. 최근 미래에너지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 고갈과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기술개발과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경제적이면서 안정적인 전력원이라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 발전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친환경 녹색에너지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되는 안전성 논란과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 보듯 원자력 또한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력 수요와 공급 측면을 두루 고려한다면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정한 수요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재 전력을 생산하는 4가지 발전원을 적절하게 구성해야 한다. 최근 제기되는 무조건적인 탈원전 주장과 원전 건설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안없이 원자력을 폐지한다면 전력수급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책임있는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 빈곤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고유가와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작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원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 최우선`의 명제 아래에서 원전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원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러한 시기에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경기도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2012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이번 엑스포가 `녹색 미래를 위한 소통(Communication for Green Fure)`이라는 슬로건처럼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위해 우리나라 원자력이 나아갈 길에 대한 의미있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석 지식경제부 차관 scho@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