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대수술] 독립에서 협업으로…팀쿡 친정체제 전환

애플이 대수술에 가까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팀 쿡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리더십 공백`으로 야기된 수석부사장 간 경영권 다툼도 인사로 한 차례 봉합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스티브 잡스 1인을 중심으로 제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조직체계가 유관 분야별 통폐합되고 그 정점에 팀 쿡이 올라서면서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장인주의에 입각한 칸막이 업무가 사라지고 협업(collaboration)에 기반을 둔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시장 잠식에 맞서 `아이패드 미니`처럼 시장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는 식의 경영 스타일 변화도 예상됐다.

◇팀 쿡 친정체제 전환

스콧 포스톨과 존 브로윗 부사장의 전격 퇴진은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맵 오류와 애플스토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표면적 이유와 달리 그간 벌어진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리틀 스티브 잡스` `애플 2인자` 등의 별칭으로 불렸던 실세 스콧 포스톨이 물러나면서 소문은 꼬리를 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스톨은 애플맵 책임자인데도 사과문 서명을 하지 않는 등 경영진과 갈등이 심했다”며 “포스톨은 15년간 애플에 몸담았지만 결국 등졌다”고 전했다.

포스톨은 디자인을 총괄한 아이브 부사장과도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톨이 중시했던 `스큐모픽 디자인`은 제품 모양을 그대로 차용해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사용하는 형태로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아이브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중요시했다. 교통 정리자 역할을 한 잡스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결국 팀 쿡이 아이브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팀 쿡의 신임을 얻은 인사를 중심으로 친정체제가 굳어진 셈이다.

◇독립에서 협업으로

조직 개편의 특징은 유관 부문의 통폐합이다. 앞으로 비즈니스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당장 포스톨 퇴진 이후 아이브가 포스톨이 관장하던 휴먼인터페이스(HI) 부문까지 총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간 디자인을 따라 유저인터페이스(UI)를 따로 개발해 조율과정에서 충돌하던 의사결정 방식이 사전 조율 형식으로 바뀌게 됐다.

그간 서로 분리된 스마트폰용 iOS와 PC용 맥OS 사업부를 통합한 맥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을 만든 것도 비슷한 포석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8처럼 PC와 모바일 환경을 동시에 아우르는 OS·하드웨어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댄 파버 IHS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내년쯤엔 애플이 MS 서피스와 비슷한 맥북에어 스마트패드 버전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총괄한 에디 큐 부사장이 애플맵과 시리까지 추가로 맡으면서 콘텐츠 서비스 통폐합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통폐합을 통한 협업 비즈니스의 전환은 애플 특유의 독창성보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됐다.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 미니`로 안드로이드 진영이 주류를 이룬 7인치대 스마트패드 시장에 진입했다.

팀 쿡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나는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애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통합을 위해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