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을 꿨다. 무언가에 쫓기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진다. 꿈에 대한 이론을 처음 제기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면 억압당한 욕망, 특히 성적인 상징에 기반한 의식의 표출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의 제자 칼 융이라면 일상에서 겪은 문제나 개인의 걱정거리를 반영한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심리학계에서 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과학으로 접근한 꿈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과학자들은 동물이 렘(REM)수면에 들어갔을 때 꿈을 꾼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렘 수면은 호흡과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뇌파는 빠르고 불규칙한 파동을 만드는 상태다. `렘(Rapid Eye Movement)`이란 이름은 이 수면 상태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 때문에 붙여졌다.
렘 수면 단계에서 동물의 뇌, 특히 인간의 뇌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생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꿈을 꾸는 뇌는 여러 영역에서 생기는 흥분 물질이 넓게 전달되지 못하고 뇌 활동이 통일적이지 못한 상태다. 정신 의학자의 `활성화·합성가설`은 하루 동안 경험한 일을 이해하기 위해 수면상태서 뇌에 저장된 정보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꿈이라고 보고 있다. 뇌에 드나드는 전기 자극에 의해 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문호 한국전자정보통신(ETRI) 책임연구원은 “렘 수면기에는 뇌 전전두엽에서 세르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이 떨어진다”며 “전전두엽 상태가 정상이 아닐 때 시간과 공간을 상황에 맞게끔 배열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꿈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꿈의 특성이 바로 `왜곡`이다.
렘 수면은 1950년대 발견됐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동물이 왜 잠을 자야하는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히 육체 피로를 풀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과학적 측면에서 꿈을 해석하면 실제 상황에서는 할 수 없었던 행동이 수면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동물이 낮에 야생에서 학습할 수 없었던 행동이 밤에 나타나 적합한 온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멘탈 시뮬레이션` 과정이다”고 밝혔다. 꿈 중에 도망가는 꿈이 많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심리학계에서 말하는 `꿈 해몽`은 난센스에 가깝다는 것이 과학계 입장이다. 꿈은 정신 분열증 증세와 유사해 이미지가 제멋대로 편집된 영화와 같다. 과거 필름을 직접 가위로 잘라 붙여 만든 영사기 영화처럼 무작위(Random) 방식으로 편집된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꿈의 제어는 어떨까. 영화 `인셉션`에서 처럼 꿈의 정보를 공유하고 저장하거나 원하는 꿈을 꾸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셉션은 지금은 불가능한 공상적 이야기다. 대뇌피질에는 1대 1 형태로 루프를 그리는 회로가 형성돼 있다. 이 회로를 통해 감각작용이 뇌로 전달된다. 하지만 꿈을 꾸는 동안에는 이 회로가 닫혀있어 외부 자극을 수용하지 못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잠자는 동안 귀에다 이야기해도 꿈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처럼 외부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꿈을 시작하는 상황과 끝나는 상황이 구분돼 특정 자극을 통해 꿈의 생성과 소멸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꿈 자체가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꿈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많다. 일부 꿈의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만 이를 인출하는 과정이 어려워 꿈의 저장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에서는 `만약 꿈을 꾸는 동안 뇌 속 신경세포의 모든 정교한 활동을 기록하고 그것을 두사람 뇌에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꿈의 공유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인셉션에 등장하는 `꿈을 공유하는 장치`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꿈의 공유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치의 원리·설계가 과학적 근거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문부과학성이 올해 발간한 `2040년의 과학기술`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 저장된 정보를 외부로 이동시켜 다시 저장하는 기술은 2040년께나 돼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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