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중·장년층에게 로봇에 관해 묻는다면 `로보트 태권브이` `로봇 찌빠` 등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로봇 만화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웠고, 로봇이 상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로 구현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요즘 아이들에게 로봇은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대상이 됐다. 로봇 청소기가 점차 보급되고 있고, 여러 전시회에서 로봇을 만지고 작동해 볼 수도 있다.
10월 셋째 주부터 로봇 주간을 맞아 지식경제부는 `로봇 미래전략(2013∼2022)` 보고대회와 `로보월드 2012` 행사를 준비했다. 열흘 동안 내 머릿속은 오로지 로봇 생각으로 가득 찼다.
업무 스트레스가 뇌를 짓누르던 순간, 문득 아톰·건담·라젠카 등 만화 속의 로봇들이 떠올랐다. 이내 아침 공기를 맘껏 들이켠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어릴 적 상상했던 것을 현실로 이뤄내는 일을 바로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행사장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은 만화 속 이야기처럼 악당들에게서 지구를 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로봇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행사 사회를 보고 연주를 하며 인기 가요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추는 등 사람과 비슷한 외모와 행동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로봇을 상상해왔다. 신화에 나오는 골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사실 로봇의 역사는 산업용 로봇에서 시작됐다. 인간을 닮은 모습의 로봇이 현실화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1961년 미국 유니메이션이 개발한 로봇이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제조 공정에 세계 최초로 장착됐다. 우리나라는 1978년 일본산 용접로봇을 들여와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그리 뒤처졌던 것은 아니다. 시끄럽고 덩치 큰 로봇들은 어렵고 힘든 공정을 도맡아 하면서 우리 제조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 국가 경제의 든든한 기반이 된 숨은 주역인 셈이다.
대한민국 로봇의 역사는 그렇게 다른 산업을 뒤에서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우리나라는 로봇을 성장동력으로 키워냈다. 1981년 제1호 국산 로봇을 탄생시킨 지 30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한국산 로봇이 중국·유럽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한 `로봇 미래전략(2013∼2022)`은 10년 후 로봇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로봇이 구현할 미래 사회 비전을 그려내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환자와 노인의 독립된 생활을 돕고, 컨베이어 벨트 앞에 사람과 나란히 앉아 파트너로서 협업하며, 원전 사고나 화학물질 유출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로봇.
이들의 존재가 상상력의 연장이 아닌 현실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미래 트렌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지능형 로봇법을 `로봇활용사회기본법`으로 전환해 인간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다. 정부·연구기관·로봇 기업 등 관련 주체들 간 역할 분담과 긴밀한 협력을 위해 정부 체제도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로봇산업은 기술 융합, 산업 간 융합을 이끌어가는 융합 시대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로봇을 잘 만들 뿐 아니라 로봇을 사회 곳곳에서 제대로 활용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능력이 로봇 강국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로봇이 향수와 꿈의 대상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게 될 그리 머지않은 미래를 그려본다.
김학도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hdkim@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