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10도를 오가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기를 이용한 난방기구인 전기장판, 온수매트, 전기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마켓이 지난 10월 초순 출시한 반값상품 ‘굿시리즈 전기장판’은 불과 하루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여러 오픈마켓에서도 난방용품 매출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특히 요즘은 그동안 널리 쓰였던 전기장판·전기요 대신 온돌과 마찬가지로 온수를 순환시키면서 난방 작용을 하는 온수매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기장판 안에 들어간 열선이 전자파를 내면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탄소섬유나 티타늄이 적용된 제품도 선보이고 있지만 기존 제품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온수매트는 온수매트는 보일러처럼 물을 데운 다음 매트 안에서 순환시키면서 온돌 효과를 내는 제품이다. ‘전자파 제로’를 주장하는 제품도 있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공인 시험기관의 결과를 보여주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믿을 수밖에 없다. 전자파 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인증번호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제품도 많다. 홈쇼핑 뿐만 아니라 각종 오픈마켓 등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일월(www.ilwoul.net) ‘2013년형 황토온수매트’ 광고 내용을 업계 관계자와 시험평가기관의 조언을 받아 검증해 봤다.
◇ ‘전자파 제로’ 믿을 방법이…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체에 해로운 전자파 걱정無’라는 문구다. 물을 순환시켜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온수매트 업체 관계자는 ‘전기온수매트에서도 전자파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선을 이용해 열을 내는 전기장판보다는 덜하지만 온수매트 안을 순환하는 물이 도체 역할을 해서 전자파가 나오고 온수를 순환시키는 보일러 부분에서도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전자파 방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www.keeti.re.kr)이 시행하는 ‘전자기장환경(EMF) 인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인증은 자기장세기가 2mG(밀리가우스) 이하인 제품에 대해 검사를 거친 후 발행된다.

하지만 이 인증은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한 데다 인증 받은 업체도 많지 않다. 2012년 11월 1일 현재 EMF 인증이 유효한 제품은 28개이지만 일월 제품은 어느 것도 이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인증이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일월이 주장하는 전자파 제로를 증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고 할 수 있다.
◇ 인증번호 ‘인증취소라니?’ = 가정용 전기제품은 누전·내구성 등 검사에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이 제품 역시 ‘XH070010-10003A’라는 인증번호를 달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www.safetykorea.kr)에서 해당 인증번호로 검색하자 제조업체명이 ‘(주)신신정밀의료기’로 나타난다. 결국 이 제품은 해당 업체에서 OEM으로 제조한 것이며 ‘일월에서 2013년 생산했다’는 문구와는 거리가 있다.


해당 인증번호를 클릭하면 더욱 황당한 사실이 드러난다. 인증 여부를 확인하니 상태란에 ‘인증취소(파생등록)’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해당 제품의 인증을 진행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문의해봤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인증번호 중 ‘XH070010-10003’까지가 실제 인증 번호이며 A~Z까지는 인증번호의 변천사를 나타낸다. ‘XH070010-10003A’번은 해당 제조업체가 인증을 폐지하고 ‘XH070010-10003B’번으로 2010년 11월 10일에 인증을 받았다. ‘XH070010-10003’ 인증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증취소된 인증번호를 제품에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가져다 준 셈이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인증번호는 앞 8자리, 뒤 5자리로 총 13자리까지 표기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마지막자리 알파벳은 명기할 의무가 없다. 또 이미 무효한 인증번호를 표기한 제품이라도 이미 시중에 판매된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다시 찍어내기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법적으로도 제조사의 제품 회수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미심쩍은 점은 또 있다. 이 모델의 인증번호인 ‘XH070010-10003B’은 2010년 10월 이후로 한 번도 갱신되지 않은 상태다. 파생제품 인증은 제품의 안전성이나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외관 등 경미한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이런 파생제품 인증이 2010년 10월 이후로 멈춰있다는 것은 2012년, 혹은 2013년 제품 모두 내부 구조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 인증번호는 하나, 제품은 여러개? = 그렇다면 일월 이외에 과연 몇 개 업체가 같은 제품을 OEM으로 가져다 썼을까. 인증 번호를 바탕으로 제품을 검색해 봤다.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전기안전인증번호가 ‘XH070010-10003A’인 제품만 해도 122건(중복제품 포함)이 검색되었고 ‘XH070010-10003B’로 검색하자 80건(중복제품 포함)이 검색되었다. 결국 한 회사의 온수매트를 납품받아 여러 업체에서 판매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온수매트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에서 온수매트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전자파때문에 전기장판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전기장판 업체도 온수매트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온수매트는 초기 개발 비용 뿐만 아니라 위험부담이 커서 대부분 OEM 형태로 납품받은 다음 상표와 디자인만 판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온수매트에서 온수를 순환시키는 보일러를 보면 대부분 모양이 비슷한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