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노조파업·원화 강세에 이어 연비 문제까지 잇따른 악재로 휘청거린다. 최근 미국 시장에 판매한 13개 자동차 모델 연비가 과장 표기된 것을 인정하고 소비자 보상에 나섰지만 당초 예상보다 보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연비 하향조정 배상금이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배상금은 도심·고속도로 평균주행거리와 거주지역의 유류비에 소비자 불편비용 15%를 가산해 산정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 누적 판매된 90만대를 기준으로 약 88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춰 연비 관련 집단소송이 캐나다·우리나라까지 확산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혼다도 올 초 연비 과장표시로 소비자 집단소송에 휘말려 20만명에게 1900억원을 배상했다. 당초 예상 금액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도 소비자 집단 소송이 이어진다면 추가 보상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자동차 판매량 확대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높은 연비를 내세워 북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브랜드 조사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브랜드 가치는 작년 대비 24.4% 증가한 75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61위에서 올해 53위로 상승했다.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41억달러로 작년 대비 무려 49.8% 증가했다. 사상 최초로 세계 100대(87위) 브랜드에 진입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현대와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45억달러, 11억달러에 불과했다. 두 회사 브랜드 가치가 4년 동안 연평균 10.9%, 30%씩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자동차업계 연평균 브랜드 가치 증가율은 2.8%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비 하향조정이 소비자 구매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포드는 2001년 차량 타이어 리콜 사태로 미국 시장에서 5년간 연평균 6% 판매 하락을 경험했다. 도요타는 2010년 가속페달 리콜 사태로 1년 동안 무려 두 자릿수 판매량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상액보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가치 훼손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현대·기아차가 어떻게 이번 위기를 극복할지는 자동차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