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치·경제의 격랑 속에서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오늘 결정된다. 누가 당선되든 바닥이 난 재정을 회복하고 극심한 실업률을 극복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은 새 리더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와 통상 압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6일(현지시각) 0시 뉴햄프셔주 딕스빌 노치에서 시작된 제45대 미 대통령 선거는 이변이 없으면 오늘 오후 3~4시께 당선자 윤곽이 드러난다. 첫 투표지인 딕스빌 노치에서 두 후보는 각각 5표를 얻어 무승부를 기록, 이 선거가 최종 개표 때까지 박빙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에서 승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누가 백악관의 주인으로 선택이 되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 해소다. 재정절벽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지해왔던 감세정책을 마무리하고 긴축재정으로 돌아서는 내년 초 시작한다. 기업과 국민에게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의료보험 등 복지 재정은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적 재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통상압력`은 주변국과 주요 교역국들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 모두 한미 FTA와 별도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체결에 힘을 모으는 한편,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과 지식재산권(IP) 침해 등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선거 과정에서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산 냉장고 덤핑 예비 판정에 이어 올해 6월과 7월 각각 내린 국산 세탁기 상계관세 및 덤핑 예비 판정 등이 그 연장선상에서 결론날 수도 있어 보인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등 IP분쟁에 대한 강경한 태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조업 강화·인소싱 전략`도 두 후보의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35%에서 28%로 낮추는 한편, 제조활동공제법안을 제정하고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유턴하는 기업에 세금공제 및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미국 소비자 정서가 자국산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해외에 발주한 IT 아웃소싱을 축소하는 등의 일련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롬니 후보 역시 법인세를 25%로 낮추고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세제혜택 연장과 자국 내 수익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중국 태양광 산업계에 대한 반덤핑 제소, 화웨이 통신장비 스파이 혐의 논란 등의 사건에서 보듯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미국의 고용시장 부진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이 거세질 것”이라며 “수출 주도형 국가들은 내수 소비를 진작하는 성장 모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