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차기정부 에너지안보 최우선 국정 아젠더로"

과학기술과 에너지업계가 차기 정부는 에너지안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현실적인 에너지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력수급에 있어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한 차선책인 만큼 거시적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1회 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온기운 숭실대학교 교수,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원장, 권영한 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금동화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1회 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온기운 숭실대학교 교수,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원장, 권영한 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금동화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

7일 한국공학한림원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새로운 50년, 에너지안보가 중요하다`라는 주제로 제31회 에너지포럼을 개최하고 에너지안보 분야에서 차기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제언했다.

공학한림원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2년간 과학기술분야 전문가 800명의 의견을 종합해 최근 네 번째 정책총서를 발간했다. 이날 포럼은 12대 과학기술 정책과제 가운데 에너지안보 강화에 대한 제안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권영한 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에너지자급률이 4%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지적하며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위원은 “미국·중국 등 에너지자급률이 90%에 육박하는 에너지부국들은 여전히 에너지안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IT·중공업 등 기술협력을 포함한 입체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에너지안보와 비지니스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전력수급, 원자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제언을 이어갔다.

권 위원은 “매년 블랙아웃(정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구성이 필수”라며 “현실적인 관점에서 원자력발전 없이 전력을 공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공론화해 원전 정보의 투명화로 원전확대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서 권 위원은 “과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오히려 에너지 수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2030년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율 11%라는 보급목표를 재검토하되 산업적인 측면의 지원과 현실적인 보급계획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경오염이 없고 안정성을 확보한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따른 비용은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신재생 발전비용이 전력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를 형성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중앙집중형의 전력구조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권 위원은 “공급설비 집중화, 수요집중지와 원격화된 현재 전력시스템은 환경피해, 비용 상승, 민원 발생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대규모 전력시스템과 소규모 분산형전원이 공존해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분산형 에너지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집단에너지산업, 에너지복합단지, 구역전기사업 확대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열병합발전, 소형원자로, 연료전지 등의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은 이외에도 국가 에너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정부부처의 에너지 정책기능을 강화·확대하는 방향의 정부 조직 개편을 제언했다.

현재의 국내 전력수급 정책 문제점도 지적됐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현재 전력수요예측 모델은 20년 전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지만 전기요금이 정치권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요원하다”며 “하루빨리 시장원리가 안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이행율이 목표치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 또한 당초 계획과 달리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빅3 대선주자들이 현실을 감안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안전성을 전제로 원전확대정책을 펼치는 중국의 정책을 잘 살펴야 한다”면서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국내 현실상 전기요금 부담이 큰 산업계가 전력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현실화, 에너지 수급정책에 대한 정부의 조정능력 상실 등도 도마에 올랐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에너지가격 불균형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정부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정부 국정감사 때도 본질을 외면한 무모한 문제제기만 나오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에 기반을 둔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시급한 만큼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가격왜곡 구조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인프라, 사회인식 등이 뒤를 받치지 못하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안착할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기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정책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