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내 마음의 고향은 인터넷](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1/07/351913_20121107163158_643_0001.jpg)
“지금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겪게 될 것이다. 그동안 도박을 했기 때문에 결과도 있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 3위 통신사업자 스프린트를 인수하며 주변에 던진 말이다. 그가 스프린트 인수에 투자하는 금액만 무려 201억달러, 약 22조원에 이른다. 일본이 미국 기업을 사들인 것 중 최대 규모다. 스프린트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순부채만 100억달러가 넘는 회사를 사들여 미국 통신시장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손 회장은 이런 주변의 걱정에 오히려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가 걸어온 성공의 과정을 보면 이유는 자명하다. 1981년, 손 회장은 단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인터넷 초창기 야후재팬을 만들어 일본 최대 포털로 성장시켰다. 2000년대 들어서는 `브로드밴드로 일본을 인터넷 선진국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해 주변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2006년에 보다폰재팬을 인수하며 모바일 사업에 진출한다. 당시 손 회장은 “휴대폰은 음성 단말기에서 인터넷 기기로 바뀐다. 가입자당 통화요금은 계속 떨어지겠지만 3·4세대 이동통신으로 진화하면서 데이터통신은 급격히 늘어나게 돼 있다”고 장담했다.
모바일 중심의 인터넷 시대가 온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회사 사활을 걸고 시가총액과 맞먹는 돈을 보다폰 인수에 던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일본 통신업계 3위의 보잘것없던 보다폰(소프트뱅크 모바일)은 일본 내 신규 가입자 50%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아이폰 판매로 영업이익도 일본 1위인 NTT도코모를 눌렀다.
일본을 넘어 미국, 그리고 세계 인터넷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손 회장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가 국내외 통신사를 인수하는 작업은 세계 최고의 유·무선 인프라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심오한 철학이 깔려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지털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해 30년 후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게 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이념이다. 손 회장이 이런 신념을 갖게 된 것은 정보혁명을 통한 인류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읽었기 때문이다.
1957년 손 회장은 번지수도 없는 기찻길 옆 허름한 판잣집에서 태어났다. 올해 55세인 그는 일본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세계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빈민굴에서 자란 손 회장이 어떻게 기적의 신화를 이루어 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 사노 신이치는 손 회장의 성공 비결을 `근성`과 `강인함`으로 요약했다. 돼지 똥 냄새 나는 오두막에서 무릎까지 물에 잠겨도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리는 근성. 주변에서 비난받고 또 비난받아도 주저하지 않은 강인함이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은 손 회장 내면에 깃들어 있는 야성적 본능(animal spirits)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도 세계 넘버원을 꿈꾸며 무한질주를 계속한다. `큰 뜻을 세우고 큰 그림을 그려라.` 손 회장이 늘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누군가 그에게 `당신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입니까`고 묻자 그는 “내 마음의 고향은 인터넷입니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뜨거운 피를 간직한 손 회장의 도전은 어디까지 일까.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딱 하나다.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는 회사. 그래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이 세운 미래 300년 비전이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