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비중이 큰 전자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대만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만경제리서치연구소(TIER)는 7일 올해 대만 GDP가 지난해보다 1.16%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예상한 2.4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 2일에는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올해 GDP 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대만 정부가 지난 달 예측한 경제성장전망치도 1.05%에 그친다. 지난해 4.0%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2010년 10.7%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IMF는 최근 대만 실질 GDP가 올해 1.3%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고 지적했다.
원인은 대만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그 중에서도 전자산업 수출 부진에 있다. 대만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이고, 이 가운데 47%(지난해 기준)를 전자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TIER에 따르면 올해 대만 전체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2.4%가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전자 업계 기술 트렌드를 놓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가 현재 전자 업계 기술 트렌드의 정점을 찍고 있다”면서 “대만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을 적용한 신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대만 전자업계에 힘을 실어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대만 PC와 스마트폰, 패널 제조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HTC, 에이서, 콤팔, 치메이 이노룩스, TSMC 등 주요 대만 전자업체 매출과 수익이 일제히 줄었다. 공장을 폐쇄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전자업체도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 AUO가 3분기 3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D램 제조업체 난야는 3분기 영업적자가 3300억원에 달하며 매출(2400억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체 이노테라는 3분기 1500억원 적자를 보이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메모리 반도체 업체 프로모스는 상반기에만 480여명의 인력을 줄였다. PC 위탁생산 업체 콤팔도 직원 100여명을 감원키로 했다.
도나 ? HSBC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전자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국들과 비교해도 글로벌 전자 업계 기술 트렌드에 훨씬 민감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이 같은 경제 조건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 대만 연도별 GDP 성장률
(자료:대만 통계청, 2012년은 대만 정부 추정치)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