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CEO)이 최근 창립 43주년을 맞아 `시장 창조자(Market Creator)`라는 말을 강조했다. 경기나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강점을 살려 업계 트렌드를 만들고 시장을 직접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 전략은 시장 상황에 순응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도 시장 상황을 너무 앞서가면서 실패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보다 한 발 이상 앞서 가지 말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자(제조사)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강조해도 소비자(시장) 반응이 차가웠던 상품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CEO가 새로운 주도권 확보 키워드로 `시장 창조`를 제시한 것이다.
시장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때마다 대응법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강점을 살려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접근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은 일본 등지의 선진 기업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 기업도 시장의 정점에 서 있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그렇다.
시장 추종자(Fast Follower)였던 삼성전자 역시 업계 선도자(First Mover)의 지위에 이미 올라 있다. 이 회사 CEO는 이제 시장 선도를 넘어 아예 시장을 개척하는 주체(Market Creator)로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삼성전자는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남들이 시장 불안을 고민할 때 오히려 점유율을 높이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시장에 역행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을 제대로 읽고 이에 걸맞은 삼성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이 과정에는 단순히 시장을 좇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