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평가(수능) 시험 성적 데이터의 원격지 백업이 이뤄지지 않아 재난·재해로 한순간에 성적 데이터가 모두 사라질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성적 데이터에 사고가 발생하면 대학입시 마비 사태는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원격지 백업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7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성적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이중화만 진행할 뿐, 원격지 백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위탁 받아 수능 응시원서 접수부터 성적표 출력과 대학 통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평가원은 수능 시험 채점을 실시, 학생별·과목별 성적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수능정보시스템에 보관한다. 그러나 수능 성적 DB가 평가원이 입주한 건물에만 있을 뿐, 원격지에 있는 다른 시설에 보관하지 않는다. 해당 DB만 디스켓으로 같은 건물 내 별도 보관할 뿐이다.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현 행정안전부 훈령인 정보통신보안업무규정으로 중앙행정기관의 데이터에 백업을 의무화했다. 이 규정도 원격지 백업을 명시하지 않았다. 중앙행정기관만 해당된다. 평가원은 공공기관 성격의 민간기관이라 행안부 훈령에 적용되지 않는다. 평가원의 예산 부족도 원격지 백업체계를 갖추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보안 전문가들은 수능 성적 데이터의 원격지 백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난·재해 발생 시 수능 성적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능 성적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능정보시스템도 백업체계를 갖추지 못해 시스템 장애가 발생되면 성적 통보 및 대입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위탁을 의뢰한 교과부는 원격지 백업에 대한 명확한 인식조차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평가원 대상으로 보안평가를 하고 있다”고만 답할 뿐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정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산정보센터장은 “국가정보원 보안감사에서 원격지 백업 문제가 제기됐다”며 “향후 예산이 확보돼야 은평구에 있는 별관을 활용, 원격지 백업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