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또 쓰고, 쓴 글을 보면서 지우고 다시 쓴다.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일단 써 놓는다. 말이 안 되면 나중에 고쳐 쓴다. 불현듯 떠오른 영감은 그냥 마구 키보드를 두드려 일단 입력해 놓는다. 나중에 글의 뼈대를 잡고 살을 붙이고 재구조화해 가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책을 읽다가도 연상되는 주제 관련 키워드를 써놓고 다른 책에서 읽은 주제나 내용을 연결해 써 놓는다. 가끔은 폼 잡고 만년필로 메모장에 정성스럽게 글을 쓴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쓰면서 내 생각이 까만 잉크를 따라 글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 그 자체가 신비롭다. 생각과 느낌이 손으로 전달되어 만년필이 가는 대로 잉크가 흘러나오고 그래서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과정은 그 자체가 경이로운 기적이고 신비다.
디지털 글쓰기와 아날로그 손 글씨는 묘미가 다르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체험한 것을 손끝으로 전달하면 키보드를 두드리고 그것이 컴퓨터로 입력돼 겉으로 쏟아져 나온다. 쓰는 것도 습관이다. 매일 무조건 뭔가를 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듯,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지만 결국 글은 오랫동안 앉아서 은근과 끈기로 버티면서 몸으로 쓰는 것이다.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 뭔가를 쓰려면 일단 무조건 써야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칠 수 없듯이(不及) 쓰지 않으면 쓰임이 없다. 생각만으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고민만 가중될 뿐이다. 무조건 일단 써야 한다.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한 것을 일단 겉으로 표현해봐야 내 생각과 느낌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일단 쓰고 보자. 쓴 글을 보면 뭐가 잘못되어 있는지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대작(大作)과 명작(名作)도 실패작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하다 보면 `글발`이 생기고 `말발`이 서며 더불어 `끗발`이 생긴다. `글발`은 결국 `끗발`로 완성되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