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환경기술 개발 20년을 맞이하며](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1/08/352011_20121108152500_912_0002.jpg)
올해는 환경 분야에서 굵직한 일이 많았다. 6월에는 20년 만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다시 모인 세계 각국 정상들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라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제주에서 환경올림픽이라는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열었고, 최근에는 환경 분야 세계은행이라 할 수 있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도 유치했다.
세계적으로도 환경 이슈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는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제품은 유럽으로 수출할 수도 없다. 2009년에 유럽연합(EU)이 에코디자인 법률(ErP 지침)을 발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2011년에 EU에 수출한 583억달러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제품이 이 법률을 적용받는 상황이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는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국가 간 경쟁에서 환경 규제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 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세계 환경산업 규모는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등에 따라 점점 늘어나서 2020년에는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기술을 보유한 환경 선진국이 경쟁에 나서는 것도 모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환경부가 1992년에 선도 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연구개발(R&D)에 나섰다. 멤브레인 분리막을 개발해 정수처리 시설을 만들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인 수출형 디젤엔진도 개발했다. 20년간 기술이전 1000건, 특허 2000건에 4조원이 넘는 매출 성과도 얻었다. 맨땅에서 시작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일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스스로 개발한 기술은 산업화 과정에서 겪은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공해로 가득했던 1980년의 서울 하늘이 이제 얼마나 맑아졌는지 생각해보라. 서울의 공기 질 개선 과정은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환경성과지수가 발표될 때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한창 환경문제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유익한 선례가 된다. 우리는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개도국에 환경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여러 선진국의 도움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힘이 돼 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원조 수혜국이 원조 공여국으로 변신한 세계 최초 반전극의 주인공이다.
선진 환경기술 개발과 개도국 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외에 우리가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물·공기·땅의 오염처리 기술과 같은 전통적 환경기술 분야는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환경기술의 중심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나 지식기반 기술, 친환경 인증과 같은 분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지식기반 기술은 하드웨어 중심의 장치 기술에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기술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환경 지식서비스가 접목된 제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민간 R&D 가운데 지식서비스 비중은 OECD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각종 환경재난이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도 점점 대형화하는 추세다. 우리도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환경 R&D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 9일에는 환경기술 개발의 주역이 모여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도 가진다. 환경 R&D는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돼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