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이럴수가…하루만에 1만명 실업자 신세

유럽에서 하루 만에 1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재정위기 직격탄을 맞은 금융기업은 물론이고 지금껏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를 잘 넘었던 북유럽 기업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충격을 더했다. 유럽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세계 최대 풍력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가 3000명을 감원하기로 7일(현지시각)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올초 3700명을 내보내기로 한 이 업체는 올해 총 감원 규모가 6700명에 달했다. 지난해 2만3000명이던 직원 규모를 내년 말까지 1만6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유럽 기업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가 넘쳤다. 스웨덴 통신기기 제조사 에릭슨은 본사 인력의 10%인 155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철강회사 클뢰크너도 전체 직원 9700명 가운데 180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ING은행이 2350명, 독일 2위 은행 커머즈방크가 5000명에서 최대 6000명 감원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유럽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북유럽까지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대그 앤더슨 베스타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북유럽 지역은 2008년 리만 브러더스 사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지역”이라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유예됐던 충격파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별로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도 구조조정 원인으로 지목됐다. 베스타스는 중국 풍력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린 데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침체되면서 3분기에만 1억5800만유로 손실을 기록했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역시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경우다. 지난해 노키아지멘스가 1만7000명을, 올 여름 알카텔 루센트가 50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유럽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실업률 통계에 따르면 EU 17개국의 9월 실업률은 11.6%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849만명에 달했다. 8월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만에 14만6000명이 늘었다. 최근 구조조정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위기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겨우 0.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