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폴크스바겐(Volkswagen)

외산 자동차가 많이 늘었다. 그 중에서도 독일산 `폴크스바겐 골프`가 눈에 자주 들어온다. 외형이 귀여운 만큼이나 연비가 높으면서도 성능은 파워풀해 인기를 끌고 있는 자동차다.

그런데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세계적인 브랜드임에도 그 유래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독일어로 `국민` `민족`을 뜻하는 폴크스(Volks)와 `탈것`을 의미하는 바겐(Wagen)이 합쳐진 말이다. 우리말로 풀면 `국민차`다.

탄생 배경은 이렇다. 1930년대 독일에서 자동차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독일 국민은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이 꿈이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선거에서 이 점을 파고들었다. 자신이 총통이 되면 전국 모든 가정이 자동차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총통에 당선된 히틀러는 이후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무자비한 독재자로 이름을 남겼지만 이 공약만큼은 지켰다. 1937년 국민차 준비 회사인 폴크스바겐을 설립하고 `KdF-Wagen`이라는 국민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결국 딱정벌레형 국민차를 생산해 전국에 보급했다. 비록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저가형 경차였지만 전 국민에게 깊은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대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정책 공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력 후보들은 경제 활력 되찾기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 뉴딜` `경제민주화` `ICT(정보통신기술) 르네상스`, `중소·중견기업 육성` 등 다양한 슬로건이 내걸렸다.

`미래창조과학부`나 `정보통신미디어부` `미래전략부` 등 정보기술(IT) 관련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대선 후보들은 IT 관련 부처를 없앤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IT 정책 컨트롤타워가 될 부처 출범이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공약(公約)이 표만을 위한 공약(空約)이어선 곤란하다. 희대의 독재자로 낙인찍힌 히틀러조차 국민과 한 약속은 지켰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