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10개 지표 가운데 7개가 하강 국면에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경기 하락세는 1년 가까이 오히려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생산과 소비, 설비 투자 등 주요 실물 지표도 바닥권을 맴돌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역군인 중소 제조업체는 최근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에 또다시 직면했다. 가격 경쟁력 상실과 환 리스크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계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한 여건에서 환율 하락은 수출 중소기업에 당장 발등의 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원화 강세 기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국내 중소기업은 이미 환 리스크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다행히 당시 실적 악화의 영향은 미미했지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환 관리 시스템 탓에 대규모 키코 피해라는 더 큰 수업료를 지불했다. 수출 부진 걱정에다 이 같은 선례를 지켜본 탓에 지금 중소기업은 피가 마른다.
무엇보다 수출 중소기업 스스로 환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단기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얼마나 외화 비중을 유지할지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고, 여타 모범적인 사례를 습득하는 일이 필요하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를 원재료 구매와 매칭하거나 환 모범 등으로 위험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같은 수출 중소기업의 자생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대기업은 중소 협력사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 푼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협력사의 원화 결제와 외화 결제를 마음대로 바꾸기 일쑤였다. 횡포에 가까운 이런 관행은 지금도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진정 동반성장을 외치려면 지금처럼 어려울 때 중소 협력사의 환 관리를 도와주려는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 더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