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가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식경제부가 2013년부터 주요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가전제품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은 1992년에 처음 개정된 이래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돼왔다. 국산 가전제품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더욱이 최근 에너지절약 추세로 전력 소비가 적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지경부가 6개월 만에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강화한 것은 에너지소비 효율등급제를 적용해보니 TV 분야 1등급이 91%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기준 강화가 제품별 효율 변별력을 높이고 기술혁신 촉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전 업체도 에너지절약 제품 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7대 주요 가전의 에너지소비 효율 1등급 제품을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해서 내놓은 개정안을 두고 업계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당장 새해 1월부터 강화된 새 기준을 적용받는 TV 분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TV 분야는 지난 7월 에너지소비 효율등급제가 처음 적용됐는데 몇 개월 만에 1등급 기준이 120% 강화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새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한 1등급 표시를 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가전 업계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데 1년 6개월가량의 준비 기간을 두는데 6개월은 정도가 심하다고 말한다. 지경부가 산업과 기업의 진흥을 위한 중앙부처라면 산업계의 제품 교체 주기 정도는 감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왕에 규정 개시를 예고할 바엔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청취하고 수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절한 규제는 기술혁신 촉매제이자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과하면 산업을 괴롭히는 굴레가 된다는 점도 참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