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는 은행(銀行)과 우리에게 맛있는 열매를 선물하는 은행(銀杏)은 한글은 같지만 한자는 다르다. 중국의 상인 길드인 `행(行)`은 원거리 무역에 `은(銀)`을 사용했는데, 이 행이 금융업의 주체가 되면서 `은행(銀行)`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은행(銀行)과 은행(銀杏)은 `행`은 다르지만 같은 `은(銀)`자를 쓰고 있다. 이는 금(金)처럼 부의 축적 수단이었던 은(銀)과 귀하게 여기는 소중함의 대상으로서의 은(銀)을 강조하려는 의미를 반영한 것 같다.
은행나무(Ginkgo biloba L.)는 암수 딴 그루며 수나무가 100m 안에만 있으면 암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은행은 종자가 은(銀)처럼 희고 열매는 살구(杏:살구나무행) 모양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銀杏)이다.
은행나무 잎은 `나무에 떨어지면 임산물, 땅에 떨어지면 의약품`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은행나무 잎은 사람의 몸에 좋다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한자로 행(杏)이라 하는데, 행자(杏子) 혹은 행자목(杏子木)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은행나무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공손수(公孫樹), 압각수(鴨脚樹), 백과수(白果樹) 등이 있다.
`공손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버지(公)가 심어도 손자(孫)때나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열매가 한참 뒤에 열리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은행나무에서 사람이 배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교훈은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치밀한 생존 전략 덕분에 1억5000만년을 살아남은 은행나무의 비결을 안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는 지금부터 약 5억7000만년 전 시작된 고생대에 나타나 약 1억8000년 전에 시작해 1억3500년 전에 끝나는 쥐라기 때 가장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그때부터 끝없이 계속되는 빙하기를 모두 거치면서 모진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래서 시련의 긴 세월을 거친 살아있는 화석인 은행나무는 나무 중에서 사람에게 큰 유익을 주는 나무가 됐다.
은행나무를 보면서 고난의 긴 세월을 견딘 사람만이 사람을 잘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