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에 발딛고 있는 증권사와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 우리 경제전망을 정부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봤다. 정부의 내년 경제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그에 따른 경기 대응책도 정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10개 증권사와 민간·국책연구기관 총 15곳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2%에 그쳤다.
정부가 예측한 성장률 4%에 무려 0.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10개 증권사 중 삼성증권이 2.6%로 가장 보수적 전망치를 내놓았고, 대우증권(2.9%), HMC투자증권(2.8%), 메리츠종금증권(3.1%)도 평균치를 밑돌았다. 우리투자증권(3.3%), 동양증권(3.3%), 한국투자증권(3.3%), 신한금융투자(3.4%), 현대증권(3.5%) 등의 순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사 중에서는 3.6%로 가장 높게 봤지만 정부 예측치보다는 0.4%포인트 낮았다.
또 경제연구기관 중에선 금융연구원이 2.8%로 가장 낮았고 LG경제연구원 3.3%, 한국경제연구원 3.3%, 한국개발연구원(KDI) 3.4%, 현대경제연구원 3.5% 순이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 변수를 중심으로 따지는 외국 투자은행(IB) 전망치는 더 낮았다. 지난달 말 외국 IB 10곳이 전망한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평균치는 3.1%에 머물렀고 노무라(2.5%), BNP파리바(2.6%), BoA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8%) 등은 무더기로 2%대 전망치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3.9%로 외국 IB중 가장 높았지만, 우리 정부 예측치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안이한 대응으로 실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다면 지난 정부지만 `실기`와 `실책`이란 두가지 책임을 모두 져야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의 책임으로 넘어가게 됐다”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심각한 내수 침체, 미국·유럽 등의 경기회복 지연 등 안팎의 저성장 기조에 빠지만 새정부로서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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