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힘들다, 어렵다 한다. 살아 보니 만만찮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은 퀴터(quitter·포기하는 자)와 캠퍼(camper·안주하는 자), 클라이머(climber·극복하는 자)로 나뉜단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의 주장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가 성패를 좌우하며, 앞으로는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보다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톨츠의 말을 인용해 “포기하는 자나 안주하는 자가 아니라 `클라이머`의 자세로 우리 경제의 `AQ`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으로 우리 경제가 그만큼 위기 상황이라는 관료 특유의 `수사`였다.
워낙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지어낸 말이라 그런가 보다 했던 얘기를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 번 꺼내자 바로 시장이 긴장한다. 당장 `금융권 구조조정`이라는 해묵은 카드가 덥석 나왔다. 선거 정국 속에 꼭꼭 숨겨뒀던 `재정절벽` 이야기 역시 정권이 바뀌면 냉큼 꺼낼 것이다. 그러면 전체 산업계가 이에 화답하듯 사업 축소, 대량 감원, 연봉 삭감이라는 식상한 수순에 돌입할 것이다. 물론 `AQ`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말이다.
역경에 처했을 때 사람이 보이는 행동 양식은 다양하다. 시점상 정치적 복선이 짙은 사건 하나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은 무장 출신답게 사임의 변 한마디 없이 떠났다. 교육감 선거 직전 상대 후보에게 준 2억원이 그저 `선의의 표시`였다던 어떤 교사는 교도소에 끌려가면서도 `인정머리 없는 판결` 운운하며 끝까지 일갈했다.
어떤 것이 국가 경제의 역경에 올곧게 대처하는 `클라이머`의 자세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설픈 대처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 시간에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부터 마련해 놓는 게 AQ가 훨씬 높아 보인다.
류경동 경제금융부 차장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