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비욘드 스마트`와 `ICT 하제`

[미래포럼]`비욘드 스마트`와 `ICT 하제`

지난해 이맘때 국내 K연구소가 개최한 `애프터 스마트`라는 도서 출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행사 말미에 내가 “왜 애프터여야만 하는가? 비욘드(Beyond·그 이상)라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질의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그 책을 다시 펼쳐 보니 `위기를 일찍 알면 기회가 된다`는 앨런 웨버의 글을 인용한 발간사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최근 범세계적인 경제, 환경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뜨겁게 휘몰아치는 국내 정세와 무관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비욘드 스마트(Beyond Smart)`를 차기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과 연관시킨다면 그 핵심은 무엇일까.

그 답변의 근본적인 출발은 국가의 미래 비전(혹은 미래 가치)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것은 `자유, 정의, 창조, 신뢰와 통합, 개방과 협력으로 선진 일류 민주국가를 지향하자`는 선언적 의미의 공유와 실질적인 방안의 도출, 그리고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역대 정부처럼 ICT가 단지 화려한 미사여구거나 융합이라는 포장 아래 다른 산업의 보조 인프라로만 취급되는 구조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반복되는 구호성 정책보다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포함한 하향식(top-down) 리더형 정책과 관련 산업 전반의 의견을 모은 상향식(bottom-up) 개방형 ICT 정책이 활발하게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 이후`가 아닌 `∼ 그 이상`의 미래 비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 정부 ICT 정책의 핵심으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ICT 관련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 활동을 해오고 있는 나는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스타플레이어형 인재뿐만 아니라 올라운드 플레이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러한 인재가 있어야만 위기를 일찍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험하곤 했다.

최근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굴지의 온라인 게임사를 벗어나서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개발자들의 성공 신화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ICT 정책 목표가 특정한 부처 신설만이 주요 쟁점이 아니라 인적 자원 강화와 같은 정책을 최우선에 세워야 한다. 또 그것을 위해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각 부문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프트웨어(SW) 산업이나 융합 산업이 창의적이고 자연스럽게 성장 발전할 것이다.

내일(來日)에 해당하는 옛 우리말은 `하제`라고 한다. 얼핏 듣기로는 `∼하자, ∼해보자`라는 어감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비욘드 스마트는 정략적인 제시가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와 결과를 예측하는 방향성을 갖추도록 `미래 비전을 가지고 실천하는 ICT 인적 자원의 확대`나 `스마트 산업 활성화를 넘어선 행복한 산업화 구축`처럼 `∼해보자`라는 가치 실천성이 나타나야 한다.

또 서두에 소개한 `애프터 스마트`의 마지막 장을 단지 거대 데이터의 분석보다는 버려지던 데이터를 모아 쓸모 있는 내용을 만들 수 있는 `빅데이터`로 마무리한 점도 차기 정부의 `ICT 하제`에 참고할 만한 좋은 귀감이라고 본다.

전상권 한국정보보안연구소 부사장 skchun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