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세계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소재 업체인 미국 루비콘테크놀로지와의 질긴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다. LED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업체인 루비콘은 그동안 LG이노텍의 핵심 소재 협력사였지만 LED 시황이 나빠지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다음달 중 루비콘과의 계약을 종결하기로 확정했다. 기존 계약 물량이 마무리되는대로 결별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LG이노텍과 루비콘의 인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이노텍은 당시 본격적인 LED 사업 확대를 위해 6인치 설비를 대거 확충했다. 루비콘과의 계약은 이 때 이뤄졌다. 당시 6인치 잉곳 및 웨이퍼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루비콘이 유일했다.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가 필요했던 LG이노텍과 대형 수요처 발굴을 원한 루비콘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하지만 글로벌 LED 시장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계약은 예상 밖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애초 맺은 조건 때문에 가격 조정 등 탄력적인 시장 대응이 어려웠던 것이다.
여기에 불량 제품 반품 문제를 놓고도 다툼이 발생하면서 LG이노텍과 루비콘의 갈등이 심화됐다.
양사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 잉곳을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원래 올초 계약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침체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계약 물량이 남았고, 루비콘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그 시점이 지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약 문제, 수급 문제가 양사간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루비콘과의 결별 빈자리를 국내 기업들로 채우기로 했다. 루비콘은 그간 LG이노텍이 필요로 하는 소재(사파이어 웨이퍼)의 약 90%를 독점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소재 업체들에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루비콘의 대안으로는 일진디스플레이, LG실트론, DK아즈텍, 비아이이엠티 등이 거론된다. 일진디스플레이와 LG실트론은 사파이어 웨이퍼 분야에서, DK아즈텍과 바이이엠티 등은 잉곳 분야에서 각각 수혜가 점쳐진다.
LG이노텍은 LED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업계 최초로 6인치 공정을 전면 도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시황 악화 및 과도한 투자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최근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