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내년 가시밭길 전망에 경영계획 아직 못 세워

“내년도 올해처럼 시나리오 경영을 짜고 있는데 상반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환율 하락까지 겹쳐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IT기기 제조업체 A사 상무)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내년 투자 계획이 나와봐야 우리도 그에 맞춰 움직이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다. 내년 투자계획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해외 거래처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B사 이사)

지난 15·16일 이틀간 충남 서산윈체스트리조트에서 열린 코스닥협회 주최 `코스닥 IR·홍보 임원 워크숍`에 참석한 코스닥 상장사 재무최고책임자(CFO)들이 저마다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 쏟아낸 말들이다.

올해 4분기 마감을 4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내년도 경영·사업계획을 완성한 코스닥 기업은 거의 없었다. 숫제 `그냥 깨지더라도 부딪혀보는 거지 뭐`하는 곳이 많았다. 가늠할 수 없는 변수가 이어지면서 쉽사리 앞을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만이 자신들 역량에 의한 것이라기 보단 특정 산업 활황에 힘입어 자신감을 보였을 뿐이다.

내년도 대기업의 투자 계획에 가장 불안해하는 곳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다.

실명 공개를 꺼린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내년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를 대폭 줄인다는 얘기가 있어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국내보다 대만·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 역시 부진할 가능성이 커 신규 시장 창출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LED 조명 시장 역시 경기에 민감해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한 LED 조명 업체 이사는 “신규 시장인 LED 조명은 투자가 관건인데 기업들이 내년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어 올해에 이어 내년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시장 패러다임이 PC기반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인터넷 관련 기업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인터넷 UI개발 업체 이사는 “PC기반 온라인 시장이 대거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최근 2년간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나마 올해 모바일 투자를 늘렸는데 소비침체가 지속되면 내년 성장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도 통신기기와 플랜트업체 등은 그나마 성장을 자신했다.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한 LCD 모듈 생산업체는 내년도 생산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 회사 CFO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내년도 스마트패드 생산량을 배가량 확대할 것으로 안다”며 “이럴 경우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순간 주변에서 부러움의 눈빛이 쏟아졌다.

안산과 평택 지역에 있는 스마트폰 부품과 플랜트 관련 기술업체는 자신감이 넘쳤다. 내년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부품이 크게 늘면서 올해 30%가량 매출이 성장했다”며 “내년에도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플랜트 관련 업체 관계자는 “신공장 준설과 독보적인 용접 기술력으로 수주 일감이 내년까지 밀려있다”며 “내년에도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내년 우울한 경기 전망이 지배하는 가운데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재정투자를 늘려서라도 시장 침체를 타개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경기 살리기 노력을 함께 주문했다.

서산(충남)=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