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과부의 창업 정책 헛발질

“내년 교과부 핵심 사업은 창업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기자와 만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강조한 말이다. 그는 교과부가 대학 현장에 기업가정신을 확산하고 철저한 교육으로 준비된 창업가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이 장관의 말은 어느 정도 실행력을 가졌을까. 현장을 취재한 기자 평가는 한 마디로 `기대 이하`다. 말과 달리 이 장관은 큰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창업 관련 교과부 사업은 이벤트 위주로 흘렀다. `준비된 창업가`를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은 아직도 `준비` 중이다.

교과부 창업 지원 정책 핵심은 올해 1700억원 예산이 투입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다. LINC 선정 51개 대학에 창업교육센터를 설립해 이를 중심으로 창업 교육을 한다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예산. 각 대학에 20억~50억원 예산을 배정했지만 사용처를 각 대학 자율로 해 LINC 예산 중 창업 명목 예산이 없다.

각 대학이 창업에 예산을 배정해도, 안 해도 그만인 상황. 더욱이 교과부는 어느 대학이 창업에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입했는지 파악도 않고 있다. LINC를 통해 창업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은 현재로선 `검증 불가`다.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 `창업지락` `산학연협력 엑스포` 등 올해 교과부가 진행한 주요 창업 프로그램이 모두 일회성 이벤트란 점도 문제다. 올해 교과부의 직접 창업 예산은 20억원.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일회성 행사에 집중돼 창업 교육과정 개발에 충분한 예산이 돌아가지 못했다. 때문에 교과부의 창업 교과과정 마련은 `아직`이다. 장관이 참석하는 외부 행사에 집중하느라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교과부 LINC 예산은 올해보다 484억원이 늘었다. 반면에 직접 창업 예산은 5억원 줄었다. 교과부가 LINC 선정 대학이 예산을 창업에 돌리도록 독려·관리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적은 예산으로 올해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정권이 바뀌고 이주호 장관이 물러나면 교과부의 창업 관심이 사라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창업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올해와 다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교과부에 대한 우려를 확신으로 바꿀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