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외산 정보통신(ICT) 기기 도입률을 제한하는 이른바 `장비 쿼터제`를 도입한다. 보안 문제를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자국 장비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통신보안과 국산 장비산업 보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인도가 새해부터 자국 정부와 공공기관에 도입되는 외산 전자·통신기기 비율을 70% 이하로 제한한다. 사이버 공격 등 IT 보안 위협에 따라 자국 제품 도입 비중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인도 통신정보기술부는 이러한 방안을 담은 고시를 제정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국방을 제외한 인도 정부와 산하기관은 ICT 관련 기기 구매 시 30% 이상을 자국 기업 제품으로 조달해야 한다. 스위치, 라우터 같은 통신 인프라 관련 제품은 물론이고 컴퓨터, 노트북(랩톱) 등 개인용 기기와 MSP(Management Service Provider, 전산관리 임대 사업자)와 연관된 하드웨어도 수입 제한 품목으로 지정됐다. 이번 조치는 향후 10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19일 이와 관련, 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에 착수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실제로 어떤 수준에서 제한이 이뤄질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수출 제한에 따른 실시간 대응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국내 정책 수립에도 참고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자국 기업을 상대로 최근 관련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의 조치는 `미·중 통신장비 보안 논란` 등 최근 발생한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자국 ICT 인프라가 외산에 점령당하기 전 선제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2010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통신장비·기기의 수입제한을 발표했다 철회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도는 글로벌 통신장비 회사의 격전지로 꼽힌다. 높은 IT 소비성향과 고급인력 그리고 세계 2위 인구(12억명 추산)를 보유한 미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미국, 중국 통신장비 회사가 대규모 물량 공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벤더 파이낸싱` 등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회사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기회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대인도 수출 규모는 거의 미미하지만 미래시장이 잠긴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며 “각국이 보안 위협을 이유로 시장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통신장비에도 보안인증(CC인증)을 적용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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