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오텔리니 시대` 막 내린다…모바일 사업 부진에 자진 사퇴

후임에 르네 제임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스테이시 스미스 등 거론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퇴장은 PC시대가 저물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새 CEO는 PC 생태계 주도권을 모바일 시장에서 복원해 인텔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
폴 오텔리니 인텔 CEO

인텔은 20일 폴 오텔리니 CEO가 65세 정년을 3년 앞두고 내년 5월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오텔리니 CEO는 “40년간 인텔에 재직했으며 8년간 CEO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영광을 누렸다”면서 “이제 인텔의 키를 새로운 세대에 넘겨줘야 할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1974년 입사해 2005년 5월 크레이그 배럿의 바통을 이어 받아 인텔의 5대 CEO에 올랐다. 첫해 388억달러였던 매출이 2011년 540억달러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오텔리니의 사퇴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시장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투자전문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핸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전격적인 사퇴 발표는 놀라운 일”이라며 “그의 사퇴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발생한 경영상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윈텔(윈도+인텔)`의 아성을 구축하며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대로 바뀌자 퀄컴, ARM 등에 밀려 관련 점유율이 1%도 채 안 된다.

인텔은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내부엔 르네 제임스 소프트웨어 총괄책임자와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글로벌 생산 부문 책임자, 그리고 스테이시 스미스 기업 전략 부문 이사 등 세 명이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임자로 유력하다는 평이다. 인텔은 1968년 창립 이후 줄곧 내부 승진으로 CEO를 선임했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를 고려한다면 인텔이 이번만큼은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분석이다.

새 CEO는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AMD 부회장이자 업계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무어헤드는 “인텔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인 메드필드는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자체 칩을 쓰려하기 때문에 주력 시장에 파고들기 힘들 것”이라면서 “결국 퀄컴, 엔비디아,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해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