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1월 경북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용지로 선정되면서 길고 긴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의 여정이 일단락됐다. 1983년 과학기술처가 처음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대책위원회`를 설립했으니 22년 만에 1차 해결을 본 셈이다. 정부는 1986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용지 확보에 나서 2004년까지 주민 소요와 지질 부적합 등으로 아홉 차례의 실패를 맛봤다. 그러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이 과학기술처에서 산업자원부로 이관됐다. 2003년에는 주무부처 장관이 낙마하기도 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도입하려 했던 부안 군수는 반핵단체와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은 2004년 12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구분해서 추진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 시설을 먼저 건설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침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12월부터 공론화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거쳐 새해 4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2014년에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15년 이후에 공론화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해 필요하면 용지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는 2016년 고리원전부터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 정부 일정대로라면 제때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을 짓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보다 방사성 피해가 적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결정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가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국민이 오해를 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책임 있는 정책 기조를 견지해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거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