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정부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전담할 부처가 생길 모양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ICT 전담부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가 신설하겠다고 한 미래전략 전담부처도 사실상 ICT 전담부처다. 세 후보 간 온도차는 있지만 ICT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통분모가 형성된 듯하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ICT 전담부처가 없어서 ICT 경쟁력이 없어진 것일까. 경쟁력을 계량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간간이 발표되는 ICT 관련 국제지표를 보면 대략적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지표를 보면 일부 항목에서 순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대부분 지난 정부 시절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위치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ICT에 신경을 쓰지 않아 경쟁력이 낮아졌다고 지적한다. ICT 경쟁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높아지고 신경을 안 쓰면 낮아질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인프라를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으로 만들고 산업을 만드는 역할은 민간이 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역할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생태계가 형성되고 경쟁력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하나. 세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ICT 전담부처를 신설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정부에 ICT 정책을 펼 부처가 없었던 것일까.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는 뭔가. 이들 부처에 ICT 관련 업무가 없었던가. 나름대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느라 지난 5년간 바쁘게 뛴 부처다. 오히려 지경부는 국방부·농림수산식품부 등 수요 부처와 함께 ICT를 활용한 산업융합 정책을 폈다.
한 ICT 분야 중소기업 사장은 “도대체 누가 ICT 전담부처를 만들어달라고 했는지 궁금하다”며 “주위를 둘러봐도 ICT 전담부처를 원하는 기업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ICT 전담부처 신설을 주장하는 쪽은 학계의 일부 교수와 전직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며 전담부처가 생기면 득을 보는 게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다”는 그의 말에 뜨끔하기까지 했다.
지금 ICT 업계가 어려운 것은 ICT 전담부처가 없어서가 아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시장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얼어붙은 시장을 녹일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산업현장 곳곳에 ICT를 접목해 기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ICT 전담부처는 만들어 놓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술 램프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 조직을 뜯어고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5년마다 바뀌는 부처 이름과 이합집산하는 조직으로 날리는 기회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