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주요 통신장비 구매 계약을 100%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무리한 단가 경쟁으로 야기되는 협력사의 이익 하락과 품질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대신 협력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동반 성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매실 임원이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찾아가는 동반성장 간담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권상표 KT 구매전략실장은 2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의 중계기 제조 협력사 엠티아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요 통신 장비 구매를 100% 수의 계약 형태로 전환하려 한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단가 문제를 따지면 품질 확보가 어렵고 협력사도 무리한 경쟁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며 “입찰 공고를 내고 찾아오는 협력사를 받는 게 아니라 KT가 직접 찾아다니며 제조사의 우수 제품과 기술을 발굴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우선 협력사와 공동 노력을 통해 품질·성능을 개선하고 그 성과를 해당 기업과 수의계약으로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의 계약을 통해 배타적 공급권을 부여하고, 원가 절감분을 첫 해 최대 100% 협력사에 지급하는 식이다. 최근 5년간 23개 과제를 운영해 10건을 성공시켰다.
엠티아이도 KT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계약을 맺은 사례다. 이 회사는 초소형 중계기인 펨토셀을 이용한 실내 중계기를 다중 입출력 안테나(MIMO)로 구축해 중계기 장비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 2년 간 납품키로 수의계약했다.
임기호 엠티아이 사장은 “중계기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외국 기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에 처했었다”며 “KT가 성과공유제를 통해 판로가 열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또 지난 8월 시작해 이달까지 총 50여개사와 함께 진행한 찾아가는 동반성장 간담회를 정례화한다. 협력사 현장을 방문해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답변하거나 1주일 이내 내부 의견을 수렴해 전용 포털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KT 2차 협력사 경도시스템 김도용 대표가 “알루미늄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납품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신금석 구매전략실 상무가 “적절한 수준으로 납품가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개발 성공시 구매와 연계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2차 협력사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KT와 1·2차 협력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벤더 코칭` △신공법 개발 특허 취득 시 특허 비용을 지원하는 `특허 자율도전제도` 등도 확대할 방침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