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미래의 부자들

[주상돈의 인사이트]미래의 부자들

#수학 선생님을 꿈꾸는 고시생 구현진씨. 최근 특허청이 주최한 `2012년 여성발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의 발명품은 잠금장치 하나로 간편하게 열 수 있는 밀폐용기다. 평소 집안일을 거들며 밀폐용기를 자주 사용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의 4면 결착방식 밀폐용기는 뚜껑을 여닫을 때 잠금 날개가 많아 불편했다. 그래서 밀폐용기에 슬라이딩 기능을 넣어 잠금 날개 한 개만 닫으면 전체 뚜껑이 자동으로 잠기는 기술을 개발했다. 슬라이딩 밀폐용기는 뚜껑을 뒤집어놓지 않아도 내용물이 식탁에 묻지 않는 구조다. 편리하면서도 위생적이다.

#올해 발명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정다영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울을 개발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혼자 용모를 치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울이다. 시각장애인이 거울 앞에 서면 카메라로 모습을 스캔한 후 미리 저장해 놓은 용모가 단정한 사진과 비교해 일정 이상 차이가 나면 음성으로 안내한다. 소형 안면인식 카메라를 사용해 휴대는 물론이고 원하는 곳 어디나 탈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용 거울을 개발한 정씨는 연세대 의공학부 학생이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발명품도 나왔다. 식품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이금씨는 물을 싫어하는 애완동물을 간편하게 목욕시킬 수 있는 신발로 은상을 받았다. 애완용 목욕신발은 매직테이프로 동물의 발을 고정하는 신발과 공기흡착장치로 구성된다. 목욕신발을 신은 애완동물을 공기흡착장치로 타일 바닥에 잡아 두는 방식이다. 목욕 시간을 절약하고 동물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 효과도 있다. 이씨는 20년 넘게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았다. 지난해 그는 졸음운전을 막아주는 매운맛 나는 사탕으로 특허를 받으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재료비 20만원으로 시작한 생활 속 반짝 아이디어가 올해는 매출 10억원을 바라본다.

지식이 엄청난 재산이자 강력한 무기가 되는 시대가 왔다. 모두들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도 벌고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 1985년 S&P500기업의 시장가치 요소 가운데 지식재산권과 특허 등 무형자산의 비중은 32%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엔 80%까지 증가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의 95%에 이를 전망이다. 미래 예측가들은 “지식재산이 없는 국가와 기업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제품 생산과 기술 개발, 마케팅까지 대부분을 아웃소싱하는 상황에서 조직 경쟁력도 결국에는 지식재산 확보에 달렸다. 지식이 부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 된 것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사례에서 보듯 초대형 기술업체 간 특허 전쟁도 지식재산을 확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스탠퍼드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스마트폰 업계가 특허 분쟁에 사용한 비용만 무려 2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화성 탐사선을 여덟 차례나 쏘아 올릴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애플과 구글이 특허 소송이나 매입에 투자한 돈이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넘어섰다.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세상에 내놨다. 그는 농업혁명인 `제1의 물결`, 산업혁명인 `제2의 물결`을 거쳐 곧 `정보혁명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언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예측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후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새로운 `제4의 물결`을 제시했다. 정보혁명을 잇는 지식혁명의 대 소용돌이를 예언한 것이다. 정보혁명으로 경제적 기반이 달라지면서 일상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와 지식이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세상. 토플러가 미래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시한 해법이다.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