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격으로 태양광 전기를 구입해오던 독일 국민들이 내년부터 부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집단 저항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태양광 전략이 완전히 혼란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최근 독일 내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지난 달 중순 독일 송전사업자협회가 발표한 내년도 국민부담금 예상치다. 이 협회에 따르면 독일 국민이 내년에 부담해야 하는 태양광 부담금은 올해보다 50%가 늘어날 전망이다. 1가구당 연간 8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침체됐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올해 상반기 독일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태양광이 보급된 탓이다. 상반기 독일에서는 4.3GW의 태양광이 보급됐다. 연말까지 이 추세가 지속되면 지난해 총 설치량(7.5GW)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독일은 지난 2000년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립정권이 제정한 재생에너지법(EEG)에 따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일정 기간(20년) 동안 일정 가격에 정부가 사주는 `고정가격매입제도(FIT)`가 도입됐다.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완전 폐기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구입비용은 전기요금을 통해 국민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정부가 비싼 가격에 전력을 구입해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수익률 높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투자 수익률은 최대 8.7%에 달한다. 해마다 정부가 태양광을 구매하는 가격은 내려가는 구조지만, 누적된 구매량 때문에 갈수록 국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 반발은 심해지고 있다. 독일 경제지 빌트 셔플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전기 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해 `동의한다(26%)`는 대답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국민 불만은 대기업으로 번졌다. EEG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의 재생에너지 매입 부담을 일반 가정보다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특혜` 논란이 번지는 이유다. 그러나 독일철강산업연맹 등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달 초 독일 16개 주 총리들과 에너지서밋을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법 개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독일 환경부는 EEG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 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독일 내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산업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