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의 최고 부자 400명 명단(포브스 400)을 매년 9월 발표한다.
이 명단에는 포드가(家), 록펠러가처럼 상속받거나 기업을 물려받아 부를 이룩한 사람보다 자수성가한 사람이 계속 늘어 전체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뉴욕의 빈민가 출신으로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창립한 하워드 슐츠, 무일푼의 헝가리 출신 이민자로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 인텔을 공동 설립한 앤드루 그로브 등은 순전히 자력으로 미국 사회의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들이다.
포브스 400대 부호, 특히 자수성가한 부자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추진력, 기회 포착 능력, 행운 외에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개인이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최악의 파산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회복할 길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실패한 개인이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되고 여기서 세계적인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조지 스미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사업가들이 성공 확률 1% 미만의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은 미국에 파산 관련 법률과 기업 보호 장치가 잘 마련돼 있어 실패한 사업가의 연착륙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도전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이는 정부 R&D의 성공률이 최근 4년간 95%를 넘는 반면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성과는 미흡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지나치게 높은 성공률은 산학연 전문가들이 목표 달성이 쉬운 과제를 많이 기획하고, 연구결과는 온정적으로 평가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와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R&D의 도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최근 2년간 R&D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연구과제를 최종 평가할 때 `실패`라는 판정을 없애는 대신 `성실수행` 개념을 도입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연구자에 실패 낙인을 찍는 것을 방지했고, 참여 제한 조치도 면제했다.
실패한 과제도 낙인을 찍어 사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선별해 재기획하고 다음 연도에 새롭게 지원하도록 하는 `흙 속 진주 찾기` 기획 방식도 도입했다.
아울러 과제 기획 전문가인 프로그램 디렉터(PD)를 34명으로 늘려 기획의 질을 높였다. 약 220명의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도전적 목표 검증단`이 기획 과제의 난이도를 점검하도록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95%를 상회하던 지식경제부 R&D 성공률은 지난 10월 말 현재 80%대로 떨어졌고, 중장기적으로 성공률은 6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행태경제학의 거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의 분석에 따르면 원래 인간의 천성은 위험 회피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민간부문에서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R&D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는 연구자가 실패의 부담 없이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도전적 R&D`를 기본 문화로 정착시켜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도전적 R&D로 `포브스 400`에 버금가는 R&D 성공 스토리를 민관이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실패를 딛고 서는 도전적 R&D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우태희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michael@mke.go.kr